최근 국내 증시(국장)가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미국 증시(미장)는 초호황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기업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고, 움츠러들었던 테슬라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반등하고 있습니다. 나스닥은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했고, 미장에 투자하는 젊은 ‘개미’ 투자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는 미국 상장 기업을 분석하는 ‘미장 보석주’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2년 만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이끄는 넷플릭스 주가 얘기다. 2022년 넷플릭스는 구독자 증가세 둔화로 성장 우려를 마주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21년 말 주당 600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2022년 6월 한때 16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뒤로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 상승에 불이 붙었다. 1월 3일 종가 기준 468달러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12월 11일 936달러까지 뛰었다.
논란의 광고 요금제 도입
지표와 실적으로 필요성 증명
넷플릭스는 위기설이 터진 2022년 서비스 정책을 개편했다. 일단 요금제를 손봤다. 2022년 11월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구독 모델(광고형 스탠다드)을 내놨다. 이용자가 15~30초 길이 광고를 보는 대신 기존 요금 대비 저렴한 가격에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한국 기준으로는 광고 요금제 구독 시 월 5500원에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 월 1만3500원인 스탠다드 모델 대비 절반 가격이다. 어느새 경쟁사도 하나둘 넷플릭스 정책을 뒤따르며 익숙하게 됐지만, 당시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생소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용자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했다. 넷플릭스 측이 꾸준히 “광고 요금제 도입 생각이 없다”고 외쳐온 탓이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은 2020년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광고 요금제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광고 시장은 축소 국면이고 광고가 넷플릭스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광고 요금제를 도입 안 하는 건) 가치관 문제가 아닌 사업적 판단에 의한 것(It‘s definitely not a rule. It’s a judgment call)”이라고 강조했다.
자칫하면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광고 요금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둔화 우려를 마주했던 구독자 수는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9월 말 기준 구독자 수를 2억8270만명이라고 밝혔다. 2023년 12월(2억6028만명)과 비교하면 2242만명 늘어난 수치다. 분기별 순증 규모로 환산하면 약 747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넷플릭스가 급성장한 2019년, 2020년과 유사한 수치다. 당시 분기별 구독자 순증폭은 각각 약 710만명, 910만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측은 구독자 증가를 광고 요금제 효과로 풀이한다.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 국가 기준, 신규 가입자의 약 50%가 광고 요금제를 선택 중이라는 설명이다.
구독자 수가 늘며 매출도 고공행진이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287억5400만달러(약 41조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248억9100만달러) 대비 15.5%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4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14.7%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연간 매출은 388억달러(약 55조원)가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규 파트너십도 늘리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손잡았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추가 비용 없이 광고형 요금제 혜택을 제공한다. 겉만 보면 넷플릭스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격은 월 4900원으로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월 5500원)보다 저렴하다. 그럼에도 파트너십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광고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광고 시청자가 늘수록 고객과 광고 단가 협상이 수월하다”며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넷플릭스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효율화 방점
투자액당 매출 우상향
올해를 기점으로 사업 방향성도 재편되는 모습이다. 특히 수익성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마케팅 등 콘텐츠 투자에 살짝 힘을 빼고 이익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R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3분기 매출원가는 51억9000만달러로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52.1%다. 1분기(53.1%)와 2분기(54.1%) 대비 소폭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57.7%)과 비교하면 변화가 극명하다. 넷플릭스 매출원가 대부분은 마케팅과 콘텐츠 비용(자산 상각비·라이선스 운용비)이다. 콘텐츠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 원가율을 낮추고 이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 실제 넷플릭스의 3분기 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약 30%로 역대 최고치다.
증권가도 최근 넷플릭스 수익성 전략 키워드로 ‘콘텐츠 투자 효율화’를 꼽는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OTT의 핵심 지표는 매출 대비 캐펙스(CAPEX·OTT의 경우 콘텐츠 투자)인데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 투자 효율화로 콘텐츠 투자액당 발생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투자 효율화를 이끄는 건 2023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에 부임한 벨라 바하리아다. 외신에선 벨라 바하리아의 콘텐츠 전략을 ‘고메 치즈버거(gourmet cheeseburger)’에 비유한다. 고퀄리티(gourmet)를 추구하면서도 생산 효율성이 높은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의미다. 과거 넷플릭스가 영화사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 누구나 만족할 만한 하이엔드 콘텐츠 개발에 돈을 쏟아부었다면 벨라 바하리아는 하이엔드와 대중성 그 사이 지점을 공략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벨라 바하리아는 글로벌 콘텐츠가 아닌 로컬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징어 게임(한국)’ ‘루팡(프랑스)’ ‘종이의 집(스페인)’처럼 특정 시장만 겨냥해 마케팅 등 투자 규모를 최소화한 로컬 콘텐츠도 재미만 있으면 글로벌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주가 과열 우려도
PER 50배 훌쩍
현재 주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투자 전문 플랫폼 모틀리풀(The Motley Fool)은 “넷플릭스 투자를 고민할 때 가장 큰 우려점은 밸류에이션”이라며 “주가수익비율(PER)로 볼 수 있듯 지난 몇 달 동안 빠르게 주가가 치솟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2월 10일 기준 넷플릭스 PER은 51.6배다. PER은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같은 기간 나스닥100 지수 PER 33.9배, S&P500 지수 PER 25.4배를 고려하면 넷플릭스 PER은 고평가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2025년 역시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주가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월 리포트에서 넷플릭스 목표주가를 1184달러로 제시했다. 2025년에도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률의 개선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앞서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5년 매출 가이던스를 430억~440억달러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도 28%로 내다봤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등의 새 시즌도 준비돼 있다.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