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두달 연속 인하에도
당국 조이기에 금리 고공행진
저축銀 대출 고신용자가 절반
900점 넘어도 빌리기 어려워
당국 조이기에 금리 고공행진
저축銀 대출 고신용자가 절반
900점 넘어도 빌리기 어려워

10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공시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0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4.25~4.46%였다. 전달인 9월까지만 해도 평균 금리가 3%대인 은행도 두 곳(신한·우리은행)이나 있었지만 이제 모두 4%대에 진입한 것이다. 가계대출이 폭증하기 시작한 7월에 5대 시중은행이 신규로 내어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3.31~3.7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 달 만에 최대 1%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7월 평균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31%였는데, 10월 4.25%까지 치솟아 가장 금리가 많이 올랐다. 만약 2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방식으로 7월과 10월에 빌린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때 3개월 만에 월 상환이자 차이는 10만원이 넘게 난다.
주택담보대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5년 주기형 상품은 금융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금리가 산출된다. 금융채 금리는 7월과 10월을 비교해보면 많이 떨어졌다. 지난 7월 1일 금융채 5년물 금리는 3.4733%, 10월 31일에는 3.3105%였다. 금융채 금리만 보면 3개월 만에 0.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에 한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수요를 차단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설정하면서 소비자들은 대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에서 이자 혜택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대출 조이기는 연말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 연초 제시했던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지난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금리는 일단 떨어졌고 은행들의 각종 대출상품 금리도 11월 대비 낮아져 있는 상태다. 신한은행은 11월까지 5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 하단이 4%대였지만 12월 들어서는 3%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인 비대면 채널의 문을 아예 연말까지 잠가버린 곳이 많고 대출을 내어줄 때 신용점수도 900점을 넘어 950점 이상으로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오며 문턱을 높여둔 상태다. 내년에도 은행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계대출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제1금융권인 은행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신용자들도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상품에서 고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자산 기준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의 SBI퍼스트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이 대출 신규 취급액에서 액수 기준으로 신용점수 900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나간 비율이 45.22%였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기 직전인 8월에는 38.49%였는데 석 달 만에 7%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저축은행 대출에서 고신용자 비중이 커지는 건 1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에서 필요한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한 차주가 저축은행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다.
[박인혜 기자 /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