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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승무원 미스트’ 그 회사…영업이익 91% 쑥 [IPO 기업 대해부]

최창원 기자
입력 : 
2024-11-27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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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달바글로벌

‘승무원 미스트’로 유명한 K뷰티 브랜드 ‘달바(d’Alba)’ 운영사 달바글로벌이 기업공개(IPO) 시동을 걸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달바글로벌은 11월 14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127만주다. 상장 예비심사는 영업일 기준 45일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5년 초 심사 승인을 받아 2025년 상반기 증시 입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으로 한국 증시가 침체한 데다 IPO 시장은 ‘공모가 인플레이션’ 논란을 마주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탓이다. 달바글로벌이 K-뷰티 신드롬에 힘입어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뷰티 브랜드 달바 운영사 달바글로벌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 (달바글로벌 제공)
뷰티 브랜드 달바 운영사 달바글로벌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 (달바글로벌 제공)

2016년 설립 후 고공행진

외형 확장에 ‘수익성’까지

달바글로벌은 2016년 설립됐다. 네이버에서 개발과 전략기획 경험을 쌓고 컨설팅 회사(ADL·AT커니)에서 화장품 기업 사업 전략 컨설팅 경험을 한 반성연 대표가 설립했다.

반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차별화’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게 ‘비건’이다. 특히 화이트 트러플에 폴리페놀 등 항노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노화 방지 효과가 우수하다는 점에 주목, 핵심 성분을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로 내세운 ‘화이트 트러플 미스트’를 내놨다. 달바라는 이름도 최상급 화이트 트러플이 생산되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알바’라는 지역에 착안해 만들었다.

달바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2017년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 팝업스토어로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후 K-뷰티 브랜드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은 ‘올리브영’에도 입점했다. 그뿐인가. ‘건조한 기내에서 이만한 게 없다’며 ‘승무원이 주로 찾는 승무원 미스트’로 입소문 난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줄곧 올리브영 내 판매 상위권에 올라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최근 내놓은 화장품 부문 리포트에 인용된 올리브영 스킨케어 상위 10개 제품 리스트를 보면 1위와 3위가 달바 제품이다. 비타 오일 캡슐 크림 55g과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순서다. 상위 10개 제품 중 브랜드가 나온 지 10년이 채 안 된 제품은 4개뿐인데, 그중 2개가 달바 제품이다. 달바의 성장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매출도 고공행진이다. 달바 연간 매출은 2021년부터 공시됐다. 2021년 692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1452억원, 지난해는 2008억원이다. 성장세는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9월 매출은 2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2021년 3.5%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10%, 2023년 17.2%까지 뛰었다. 올해 1~9월 영업이익률은 21.6%에 달한다. 회사 측은 2022년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본격화해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그간 2만~3만원대 제품이 매출 대부분이었다면 2022년부터 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 판매가 급증하며 이익률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사진설명

5000억 밸류 예상 나오지만

‘불안한 韓 증시’ ‘지배구조’ 변수

전 세계적인 K-뷰티 선호 현상과 함께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 1~9월 해외 매출(수출) 규모는 930억원. 전체 매출의 43.5%다.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연간 수출(442억원), 2022년 연간 수출(19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달바 측은 올해 연간 수출 규모 전망치로 1300억원대를 제시했다. 거대 시장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이나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달바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달바 관계자는 “스테디셀러인 비건 미스트 세럼을 필두로 워터풀 선크림까지 두각을 보이며 일본, 미국, 아세안,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비건 미스트 세럼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전체 해외 매출의 절반이 미스트 세럼 관련이다. 올해 1~9월 미스트 세럼 해외 매출은 48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미스트 세럼 해외 매출 규모가 228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은 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순히 외형이 커졌을 뿐 아니라 내수 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한한령’ 등 악재 대응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5000억원 밸류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다만 변수는 있다. 5000억원 밸류는 25~30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계산해야 나오는 숫자다. 문제는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해 피어그룹 PER이 썩 좋지 않다는 점. 지난해 상장한 뷰티 기업 마녀공장의 PER은 16~17배다. 이를 달바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78억원)에 적용하면 3000억원 밸류가 나온다. 마녀공장이 상장 당시 적용한 피어그룹 PER(21배)을 적용해도 37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최근 들어 새로운 변수도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수입품 관세 부과’ 우려다.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2017~2021년) 당시에는 국내 일부 수출품(자동차·철강 등)만 관세 대상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뷰티 부문 등 모든 수출품이 영향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관세는 달바 등 국내 인디 브랜드 강점 중 하나인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수출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격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할지, 온전히 부담할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의 핵심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74억달러다. 이 중 미국 수출액이 14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6% 증가했다. 달바도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상당한 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간 해외 매출의 약 20~25%가 미국 시장 매출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시장 규모로 따지면 가장 큰 시장”이라며 “소비재까지 영향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관세가 현실화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2024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 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시장 내 자리 잡아가는 K소비재에 가격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업황과 별개로 낮은 창업자 지분율도 IPO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장 시 창업자 지분율은 3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여겨진다”며 “최근에는 외부 투자가 활성화돼 기준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20% 이상은 넘어야 안정적 IPO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까지 반성연 대표 지분율은 14.3%에 그쳤다. 지난 4월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3만3541주를 매수, 지분율을 17.4%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여전히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해도 18.9% 수준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운영하는 KTBN 13호 벤처투자조합(13.4%)과 5%포인트 안팎 차이다. 3·4대 주주인 코리아오메가프로젝트오호조합(11.3%)과 달바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9%)도 차이가 크지 않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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