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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박진 “실사구시 외교·尹과의 신뢰 핵심”...김건 “한미 동맹은 상호 ‘윈윈’” [2025 대예측: 슈퍼 트럼프 시대]

조동현 기자
입력 : 
2024-11-22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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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4) 외교·안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한반도 외교와 세계 안보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과 안보 분야에서 강력한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했던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이런 정책들이 더 강도 높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매경이코노미는 박진 전 외교부 장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예상 여파와 대응책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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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정상회담 ‘불투명’

러-우 전쟁, “종식 쉽지 않아”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그리워한다”고 주장하며 재집권 시 북한의 도발이 줄어들 것이라고 암시해왔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둡다. 이효영 교수는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를 열어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직접적인 해외 개입을 줄이는 ‘비개입주의’ 노선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역시 제재 완화나 핵보유국 인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김정은이 즉각적으로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건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확실하게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할 때’ 대화에 나설 것으로 봤다. 그는 “김정은은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2021년 발표한 국방력 발전 계획을 통해 다탄두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핵잠수함 등 다양한 무기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향후 북한이 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한 이후 트럼프와의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빠른 종식을 공언했으나, 실제로 전쟁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트럼프가 전쟁 조기 종식을 시도하겠지만, 푸틴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효영 교수는 “푸틴은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 역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어 조기 종식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건 의원은 트럼프가 러-우 전쟁 종식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한번 시작한 전쟁은 끝내기가 쉽지 않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의 상당한 에너지가 러-우 전쟁 종결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韓, 실사구시 외교해야”

방위비 협상, 균형점 찾을 것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국은 외교적 대응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 전 장관은 “냉철한 국익에 바탕을 둔 유연한 실사구시 외교를 구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미 동맹이 철통같은 혈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의 ‘주고받는 거래’식 외교 스타일을 고려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전 장관은 “미국의 경제와 안보 등 국익에 도움을 주면서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협상카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간의 인간적인 친교를 통한 신뢰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직결될 전망이다. 김건 의원은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이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협상과 조정을 통해 충분히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트럼프 1기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대폭 증액하려 했으나, 결국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됐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그는 한미 동맹이 상호 윈윈 관계로 발전해온 만큼, 방위비 문제는 조정 과정을 거쳐 이익의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효영 교수는 “한국 방위 산업과 연계해 미국에 무기 체계를 공급하는 현물 지원 방식을 통해 방위비 문제에 미국에 융통성을 제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복안은 뭘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 동맹에서는 ‘경제 협력 관계’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앤서니 김 연구원은 “제조, 건설, 재건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이미 다양한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외교적 기회를 함께 모색하는 데 있어 미국의 주요 파트너 중 하나”라며 “특히 민간 부문에서 한미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양국 간의 경제와 외교 분야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트럼프 입법·행정·사법 모두 장악…1기보다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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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는 1기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다. 입법·행정·사법이 모두 트럼프 손아귀에 들어갔고 1기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30년간 미국 한인 유권자들의 풀뿌리 정치 참여 운동을 이끄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매경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대선 승리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주 한인 중 미국 워싱턴 D.C. 정계 소식에 밝으며 특히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을 앞서 예측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우선 트럼프 당선인이 1기보다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 결과 트럼프 득표율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지역별로 민주당 혹은 공화당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트럼프가 선전했다”면서 “특히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서 트럼프 득표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되고 트럼프가 지난 1기 때 연방 대법원 구성을 보수 6 진보 3으로 바꿔놓은 게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입법·행정·사법 3권을 모두 장악했다”면서 “1기 행정부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더 능숙하고 강력하게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백인우월주의 ▲기독교근본주의 ▲미국예외주의 등의 가치가 미국에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이 트럼프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토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어 “현재 미국은 북한과 관계가 요원한 상태지만 푸틴 대통령이 메신저 역할을 해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목표가 미국 제재 해제인 점을 고려하면 이것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핵 동결이나 북미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돌파구를 시도하겠지만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이익 기준으로 접근할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방위비 분담 확대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엄격한 이민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한국인 전용 전문가 비자(E4) 추진 움직임도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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