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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등은 했는데…네이버의 ‘아킬레스건’

최창원 기자
입력 : 
2024-11-15 10:37:03
수정 : 
2024-11-19 15: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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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에도…힘 못 받는 주가

실적과 주가의 디커플링. 최근 네이버 주가를 향한 증권가의 평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올해 3분기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매출은 2조7156억원, 영업이익은 52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률도 19.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포인트 개선됐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이 발표된 11월 8일 당일에도 네이버 주가(종가 기준)는 전일 대비 3% 가까이 빠졌다.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주당 18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주당 23만원을 넘어선 네이버 주가는 이후 단 한 차례도 23만원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증권가에서도 명쾌한 답변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공통적으로 꼽는 2가지 지점이 있다. 먼저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인공지능(AI) 시장은 기대감이 떨어진다. AI는 투자 규모가 성과로 직결되는 ‘머니 게임’ 시장이다. 당장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등이 경쟁력의 척도다. 하지만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AI 투자 규모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AI 대표 주자인 네이버 주가의 약세가 이해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핵심 사업인 커머스 부문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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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직접 경쟁 선택한 네이버

글로벌 시장선 미미한 존재감

네이버의 AI 전략 방향성은 뚜렷하다.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빅테크와의 직접 경쟁. 일명 ‘소버린 AI(잠깐용어 참조)’다. 자사 서비스에 직접 개발한 LLM을 적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빅테크 존재감이 옅은 비영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국내 IT 부문 경쟁사 카카오 등이 모델 오케스트레이션을 펼치는 것과 상반된다. 모델 오케스트레이션은 오픈소스나 글로벌 언어모델의 API 등을 조합해 서비스에 병행 사용한다는 의미다.

직접 경쟁 전략은 앞선 빅테크와의 경쟁 승리 경험에서 비롯됐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1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사 대표 간담회’ 비공개 세션에서 “네이버가 자국의 검색 엔진을 지켰듯 AI 자체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11일 네이버 단24 행사에서도 최 대표는 “당장의 이익보다 사명감을 갖고 기술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단순히 AI 시대라 나온 생각은 아니고 네이버 창립 초기부터 있던 철학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의 방향성이 맞다고만 볼 수는 없다. 당장 빅테크가 비영어권까지 영역을 넓히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빅테크 중 일부는 영역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데이터 가공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재밌는 문의가 있었다. 빅테크 중 1~2곳이 우리에게 보유 중인 중국 데이터가 있느냐 물었다”면서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한데, 워낙 확보가 어려우니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인접 국가 기업인 우리까지 문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의 영역 확장 움직임이 네이버가 공들이는 중동 혹은 일본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빅테크와 네이버가 AI에 투입하는 비용을 비교하면 직접 경쟁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AI는 ‘비용=경쟁력’ 논리가 통용되는 머니 게임 시장인 탓이다. 물론 네이버도 큰 금액을 AI 관련 투자에 쏟고 있다. 지난해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6922억원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다. 지난해 영업 활동 현금흐름(2조원)의 34.5% 수준이다. 이 중 데이터센터나 AI 개발을 위해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등에만 1500억원가량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GPU 구매 등 AI 관련 투자가 다소 늘었지만 전체 CAPEX는 소폭 떨어질 듯 보인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CAPEX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AI 모델 성능 고도화와 차별화에 집중하겠다”며 “지난해는 GPU 구매에 1500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올해는 25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네이버는 매출의 20~25%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쓴다. CAPEX와 R&D에 쓰이는 비용만 약 3조원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단연 눈에 띄는 투자 규모다. 하지만 머니 게임이 펼쳐지는 글로벌 AI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미미한 수준이다.

빅테크는 AI 관련 설비투자로만 수십조원을 쓰고 있다. 빅테크 대부분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연간 CAPEX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투자를 늘린다는 의미다. 빅테크 중 가장 CAPEX 규모가 작은 애플은 2024년 연간 가이던스로 105억달러(약 14조원)를 제시했다. 이어 메타가 377억달러(약 52조원), 마이크로소프트 551억달러(약 77조원), 아마존은 769억달러(약 107조원)를 언급했다. 모든 CAPEX가 AI 투자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규모가 관련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I를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에 결합해 눈으로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는 핵심 전략인 소버린 AI인데,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뚜렷한 수주 성과 등을 내지 못하면 직접 경쟁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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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부문 경쟁 심화

쿠팡 추격 시나리오 통할까

네이버 주가를 끌어내리는 또 다른 지점은 커머스 부문이다. 커머스는 네이버 매출의 25~3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올해 3분기에도 커머스 부문 매출(7254억원)은 전체 매출의 26.7%로 나타났다. 지금까진 국내 커머스 시장을 양분한 쿠팡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겠냐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었다. 거래액 성장세도 둔화하며 비관론에 힘이 실렸던 게 사실이다. 올해 3분기 커머스 부문 거래액은 12조5000억원. 직전 분기 대비 0.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증권가 일각에선 “커머스 부문 장기 방향성이 부재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는 쿠팡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쿠팡 ‘새벽배송’에 맞설 카드로 주문 한 시간 뒤 배송하는 ‘지금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 사업 부문장은 11월 11일 ‘단24’ 행사에서 “2025년 상반기에 다양한 시간 단위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배송을 도입한다”며 “오늘배송, 내일배송 외에도 주문 후 1시간 내외 배송이 가능한 지금배송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배송 서비스 도입을 위해 물류 전략도 바꾼다. 자체 물류센터가 없는 네이버는 지금까지 판매자에게 물류 사업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커머스 부문을 운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네이버가 직접 물류 사업자와 계약해 배송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물류 품질에 직접 관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별도 쇼핑 앱도 구축한다. 2025년 상반기 AI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약점으로 꼽히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도 강화한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약 1500만명, 네이버플러스는 약 300만명 수준이다. 네이버는 11월 26일부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이용권을 추가한다. 월 49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혜택 중 하나로 월 5500원짜리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를 무료 제공한다. 2025년 쏘카와도 신규 제휴를 계획 중이다.

달라진 네이버 행보에 증권가 평가도 긍정적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이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상승하지 못했는데, AI 사업에서는 빅테크 업체와의 경쟁 우려와 커머스 부문 쿠팡과의 경쟁 우려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서비스 강화 전략이 의미 있는 성과들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돼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안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 25만원을 제시했다.

잠깐용어 *소버린 AI(sovereign AI) 직역하면 주권 AI다.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직접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사 서비스는 물론이고 비영어권 국가의 소버린 AI를 돕는 형태로 영향력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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