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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중랑·구로 모아타운은 순항 중?

정다운 기자
입력 : 
2024-10-01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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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가성비’ 내집마련하는 방법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모아타운 주요 사업지들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업지가 많은 중랑구 일대에서는 관리지역 고시 절차를 준비하는 곳이 여럿이고, 시범 사업지 중 한 곳인 강북구 번동은 1~8구역 모두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서울 서남권에서는 구로구에 모아주택 3개소가 추진돼 1760가구 주택이 공급된다. 이렇게 강북·중랑·구로 모아타운에 새로 지어질 주택만 8607가구에 달한다.

최근 서울시는 제13차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 소위원회에서 ‘구로동 728번지 일대 모아타운 관리계획안’ 등 총 4건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안건이 통과된 사업지는 ▲구로동 728번지 모아타운을 비롯해 ▲중랑구 중화동 329-38일대 모아타운 ▲강북구 수유동 52-1일대 ▲번동 411일대 모아타운 등 4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20곳의 모아주택이 추진되면 총 8607가구(임대 1704가구 포함)의 새 주택이 공급된다.

최근 모아타운 관리계획안이 통과된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 이곳에서 모아주택 3개소 사업이 추진돼 총 1760가구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윤관식 기자)
최근 모아타운 관리계획안이 통과된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 이곳에서 모아주택 3개소 사업이 추진돼 총 1760가구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윤관식 기자)

모아타운도 정비사업이다

작은 주택가 헤쳐모여 아파트 단지로

모아타운은 신축·구축 건물이 섞여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진행하는, 일종의 ‘미니 정비사업’이다. 작은 주거지를 합쳐 하나의 대단지 아파트처럼 짓고 지하주차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 단위 정비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최소 1500㎡ 이상)로 아파트를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모아타운 대상지는 자치구에서 관리계획을 수립한 뒤 서울시에서 주민공람, 통합심의 등 절차를 거쳐 모아타운의 법적 효력을 갖는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모아주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추진위원회 승인이나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돼 사업 기간이 민간 재개발보다 최대 6년 정도 줄어든다. 빠르면 기존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 데까지 4년 만에 끝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모아타운은 구역 지정에 필요한 노후도 기준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아타운은 구역 내 20년 넘은 노후 주택이 57%만 넘으면 사업이 가능하다. 민간 재개발(67%·3분의 2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기 쉽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난해 2월 ‘모아타운 2.0’을 발표하며 15층으로 정해져 있던 층수 제한을 없앴고, 관리지역 승인 시점을 앞당기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며 저층 주거지 정비사업에 활력이 도는 모양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내 모아타운 대상지는 총 89개소. 사업 단계별로 보면 관리계획 승인 고시를 받은 곳은 38곳, 관리계획 수립 단계는 39곳, 대상지 선정만 이뤄진 곳은 10곳, 지자체 검토 중인 곳이 1곳 등으로 집계됐다.

구로·중화·수유·번동에 8천가구

새 아파트 희소가치 높은 주택가

모아타운으로 관리계획 승인 고시를 받은 이후에는 재개발과 달리 정비계획안·추진위원회 과정을 건너뛴다. 이를 건너뛰고 바로 조합설립인가 → 통합심의 →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 포함) → 이주·착공·준공을 거친다. 이번에 통합심의를 통과한 ▲구로동 728번지 모아타운을 비롯해 ▲중랑구 중화동 329-38일대 모아타운 ▲강북구 수유동 52-1일대 ▲번동 411일대 모아타운 등 4곳은 앞으로 관리처분계획을 포함해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을 것. 모아타운 대상지 중에는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다.

구로동 일대는 노후·불량 건축물이 많고 도로가 협소하고 주차 공간이 부족해 2022년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일대에 향후 모아주택 3개소가 예정돼 있어 총 1760가구(임대 176가구 포함)가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 469가구에서 1291가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중화동 일대 모아타운은 지난해 12월 수시공모를 통해 대상지로 선정됐다.

반경 300m 이내에 7호선 중화역과 경의중앙선 중랑역이 있어 대중교통 여건이 좋은 게 장점이다. 이곳에서는 모아주택 6개소가 사업을 추진 중인데 임대 685가구를 포함해 총 2787가구가 공급된다. 사업지 내 지하에 통합부설주차장을 설치하고, 중랑천변에는 수변공간과 어우러진 개방형 커뮤니티 가로를 조성하는 게 특징이다.

번동 일대 모아타운에도 모아주택 6개소가 추진돼 총 2249가구(임대 443가구 포함)의 주택이 공급된다. 반경 500m 이내 4호선 수유역이 인접하고, 강북경찰서·수유북부시장이 인근에 위치해 있으나 신·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광역적 개발이 어려웠던 곳이다. 도로폭을 기존 6~8m에서 8~10m까지 넓혀 좁았던 도로와 극심했던 주차난을 해결할 예정이다. 사업지 내 공원(1023㎡)을 신설하고, 인근 지역과 연계되는 오패산로67길·한천로123길에는 지역 주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 등도 배치된다.

수유동 일대 모아타운에는 모아주택 5개소가 추진된다. 임대주택 400가구를 포함해 총 1811가구 새 아파트가 지어진다. 강북구 중심인 수유사거리와 우이신설선 화계역이 인접한 곳으로 수유초가 대상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많을 지역이다.

모아타운은 그동안 저평가받던 노후 주거지에 조성되는 만큼 사업이 완료되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치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단순히 새 아파트만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기반시설, 공동시설 등이 새롭게 조성돼 주거환경이 쾌적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아타운 1호’ 사업지로 통하는 번동에서는 최근 대지 112.7㎡짜리 조합원 매물이 9억원에 나와 있다. 이 조합원 매물은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34평과 24평형 총 2채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이다. 추가분담금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인근 소규모 단지인 ‘번동두산위브(292가구, 2009년 입주)’가 지난 6월 7억4500만원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2채를 배정받는 게 나쁜 조건은 아닌 셈이다.

다만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되는 것을 보고 투자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서울시가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한 투기 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을 각각 지정·고시해뒀기 때문이다. 이후에 도로 전체 지분의 일부를 취득하거나, 필지를 분할해 취득하는 경우 아파트 배정 자격이 제한된다. 반대로 해당 기준일 이전이고 면적이 90㎡ 이상이면 별도 분양 자격이 주어진다.

주민 갈등은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모아주택 사업지로 선정되려면 토지 소유자 10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한다. 또 토지 소유자가 보유한 면적도 사업지의 50%를 넘어야 한다. 선정되기 쉬운 반면 모아주택을 반대하는 소유주가 25% 이상이거나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이면 언제든 철회될 수도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모아타운은 주민 갈등만 생기지 않으면 빨리 진행되겠지만, 최근 건축비 등 사업비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 주민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며 “추가분담금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지역일수록 사업이 좌초되는 사례가 적잖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8호 (2024.10.02~2024.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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