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젊은층 수요 맞물려 폭풍주문
노조 허락 맡아야 하는 현대차
‘해외 역수입’ 전략 엄두도 못내

일본의 세계적 완성차 기업인 혼다가 인도에서 저렴한 가격에 생산한 차량을 일본 본토에 수입해 일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합리적 가격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최초의 판매 전략으로, 해외 생산 차량을 역수입할 경우 노조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현대·기아차는 꿈도 꿀 수 없는 부러운 상황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시아판 보도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생산, 출시한 중소형 SUV인 엘리베이트를 올해 3월 역수입해 일본 본토에서 첫 판매에 들어갔다. 이는 인도에서 생산된 혼다 차량을 일본 본토에 판매한 첫 사례로, 일본 내에서 ‘WR-V’로 명명됐다.
일본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엘리베이트 역수입으로 식별되는 혼다 브랜드의 수입차 등록대수는 4월 3472대, 5월 4202대로 지난해 월평균(173대)의 2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일본 내 수입차 브랜드 순위에서도 6월 기준 혼다 수입차는 4319대로 BMW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격차도 1000대 이내로 좁혀졌다.
혼다도 엘리베이트의 역수입 효과에 놀라는 분위기다. 닛케이에 따르면 혼다가 엘리베이트의 일본 내 판매를 개시하고 첫 달 주문량은 1만3000대로 회사의 월간 판매 목표를 4배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인도에서 저렴하게 생산한 중소형 SUV가 역수입돼 일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배경에 대해 합리적 가격과 생산기지에 관계 없는 차량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내 엘리베이트 판매 가격은 세금 포함 210만엔에 불과하다. 일본 내 유사 SUV 차량과 비교해 높은 가성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혼다 측은 “엘리베이트의 작은 차체 크기 대비 넓은 화물 공간 등 이 차량의 특징은 인도와 일본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운전자들의 요구사항과 일치하고 있다”고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인도와 일본 간 체결된 양자 무역협정에 따라 인도에서 일본으로 수입되는 완성차에 무관세가 적용되는 점도 일본 본토에서 저렴하게 엘리베이트를 판매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혼다는 엘리베이트 개발 과정부터 이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 역수입 판매 전략을 수립했고, 창사 이래 첫 도전한 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높은 노조 문턱 등으로 해외 공장에서 저렴하게 생산되는 차량을 국내에 역수입해 판매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동일 차종의 해외 생산·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중국 베이징 2공장에서 만든 ‘쏘나타 택시(DN8)’를 한국에 역수입해 판매하려하자 노조는 지난 5월 사측에 발송한 2024 단체교섭 요구안에 ‘해외공장 역수입 금지’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