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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즉시 15만원 현금 준다고요?” “넵”…카드모집인 일탈 ‘여전’

전종헌 기자
입력 : 
2024-06-17 17:01:17
수정 : 
2024-06-18 11:27:20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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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수도권의 한 쇼핑몰을 방문한 A씨는 두 귀를 의심했다.

과도한 현금을 주는 카드모집 마케팅은 당장은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할인 등 각종 카드 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카드모집 마케팅이 과열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17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아웃렛 등 쇼핑몰을 중심으로 연회비 수준을 5~6배 웃도는 현금을 지급하는 신용카드 불법모집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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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익 규제 완화 뒤에도 불법 지속
현금 받아 챙기고 잠시 카드 썼다가 장롱 속으로
1년 이상 실적 없는 휴면카드 2000만장 육박

당장은 소비자에게 이익이지만 카드사 부실땐
각종 혜택 축소·폐지 가능성, 당국 예의주시
[사진 제공 = 챗GPT]
[사진 제공 = 챗GPT]

“정말 현금 15만원 주나요?”

주말을 맞아 수도권의 한 쇼핑몰을 방문한 A씨는 두 귀를 의심했다. 카드모집인이 건넨 말 때문이다. 최근 6개월간 사용이력이 없는 카드사 신용카드를 발급하면 현금 15만원을 현장에서 즉시 준다는 것. A씨는 그 자리에서 연회비 3만원 안팎의 카드 신청서를 쓰고 15만원을 챙겼다. 조건은 4개월 동안 매월 해당 카드로 최소 40만원 이상 실적을 채운다는 것이었다.

만약 A씨가 현금 15만원을 받은 대가로 약속한 카드 실적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카드모집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있더라도 별다른 제재 등은 받지 않는다. 카드모집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카드사로서는 마케팅 비용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과도한 현금을 주는 카드모집 마케팅은 당장은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할인 등 각종 카드 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카드모집 마케팅이 과열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17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아웃렛 등 쇼핑몰을 중심으로 연회비 수준을 5~6배 웃도는 현금을 지급하는 신용카드 불법모집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에는 현금을 살포하는 불법모집이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행해졌다면 현재는 모집 부스까지 차려 놓고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카드사 회원 모집 시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한도 규제를 완화한 이후에도 불법모집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규제 완화가 무색해 보인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용카드 회원 모집 시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의 한도는 연회비의 100% 기준을 적용한다. 가령 연회비 2만원짜리 카드를 모집하면 최대 2만원 내에서 경제적 이익을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카드 모집에 따른 경제적 이익 제공은 당초 연회비의 10% 수준이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올해 초 100%로 늘어나 입법예고 된 후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불법모집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모든 카드사 소속 모집인들이 불법모집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를 감시해야 할 카드사들은 단속 인력 부족을 이유로 불법을 알면서도 눈을 감는 분위기다. 전업계 카드사가 과거 신한, 삼성, 현대, 롯데, 하나에서 KB국민, 우리로 늘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과열된 현금성 마케팅은 휴면카드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금을 받고 잠시 사용했다가 필요가 다하면 다시 장롱 속에 들어가는 휴면카드는 2000만장에 육박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는 1818만장이다. 일부 카드사는 휴면카드 비중이 40.99%에 달하기도 한다. 10장 중 4장이 휴면카드인 셈이다.

신용카드 모집 경쟁이 과열될 경우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급증을 초래하고 결국 다수의 카드 회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카드 불법모집 단속은 관련 인력이 부족한 현실상 접수된 신고를 통해 단속하는 것 외에 상시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인력이 없어 수시로 카드 불법모집 현장을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단속의 한계를 토로했다.

카드사 일각에서는 현금을 뿌리는 카드모집 마케팅을 일부 모집인들의 일탈로 보기도 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최근 자금조달 비용의 급격한 상승과 경기둔화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모집 비용을 되레 축소하고 있다”며 과도한 현금성 마케팅을 일부 모집인들의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온라인 모집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오프라인 모집인들이 생존을 위해인 단속 시 해촉을 감수하면서도 불법 행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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