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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낯설지 않은 AI 은행원 [AI가 바꾸는 금융 라이프]

정다운 기자
조동현 기자
입력 : 
2024-06-13 09:14:15
수정 : 
2024-06-13 13: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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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 ‘AI 싱크탱크’로 초개인화 해외송금·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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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AI 기술 적용 분야는 디지털 혁신이 활발히 진행 중인 금융권 내에서도 폭넓은 편이다. 하나금융그룹이 2018년 출범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에서 자연어처리, 데이터사이언스, 사용자경험 등 다방면으로 AI 기술을 연구 중인 덕분이다. 금융권에서 별도 법인으로 AI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금융공학과 AI·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투자자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AI 퀀트(Quant) 서비스가 여기서 탄생했다. 고객의 자산 구성, 자산 추이, 만기, 절세 등을 10분 만에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아이웰스(AI wealth)’는 지난해 4월 출시된 지 1년 만에 자산관리 규모 6200억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신용평가모형(ExACT)을 자체 개발, 활용 중이다. 정확도가 85~88%였던 기존 CB사 모형보다 90~92%로 우수하고 시스템 자동화 주기도 기존 3개월에서 5일로 단축됐다는 설명이다.

해외로 송금할 업무가 잦은 기업들을 위해서는 외국환 업무 경쟁력을 살려 ‘AI 해외송금 예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외송금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해외송금 소요 시간을 미리 예측하거나, 지연된다면 지연 사유를 안내하는 식이다. 수출입 기업들이 물품 대금 진행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매번 은행을 방문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없앴다.

AI 대출도 호응을 얻고 있다. 개인사업자 고객에게는 다양한 정책자금 상품을 분석, 개인사업자 고객의 특성과 거래 패턴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안하고 있다. 주부나 연금소득자, 소득 입증이 어려운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에게도 리스크를 고려한 적정 한도를 부여한다.

신한은행 | 전 세계에 선보인 ‘AI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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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 ICT 융합 전시회 ‘CES 2024’에 전 세계 은행 중 유일하게 부스로 참여했다. 행사에서 신한은행은 AI 은행원 안내에 따라 체크카드 발급, 예금 신규 가입 체험을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AI 은행원’은 신한은행이 2021년 도입한 서비스다. 영업점 현장 ‘디지털 데스크’에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최근에는 ‘스마트 키오스크’로 확대 적용해 예·적금, 대출, 보안카드 발급 등 64개의 비대면 금융 업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공식 앱인 ‘쏠 모바일 뱅크’와 연동, 고객 편의를 향상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클라우드 기반 공통 AI 상담 플랫폼인 ‘AI컨택센터’ 구축을 마치기도 했다. 이를 통해 AI 고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무 처리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AI 기반 음성봇, 챗봇이 소비자의 질문과 답변을 인식하고 상담 업무를 처리하는 식이다.

모든 직원에게 ‘AI 비서’를 제공하기 위한 ‘R비서’ 사업 역시 이목을 집중시킨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30개 영업점, 4개 본부 부서를 대상으로 ‘R비서’ 시범 사업을 마쳤다. 현재 본사업이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업무 자동화 서비스를 전 은행으로 확산하고 전 직원 ‘1인 1봇’ 체계를 구현해 직원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직원의 영업 현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코드(No-Code) AI 플랫폼 ‘AI 스튜디오’를 활용하기도 한다. AI 기술로 고객 특성을 분석하고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안해 직원이 효율적으로 의사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코딩 관련 지식이 부족한 영업 현장 직원도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현재 전 영업점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업무 영역 확대를 위한 고도화 작업도 지속해서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 | 복잡한 ‘문서 이해’가 AI의 핵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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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2019년 ‘AI 혁신센터’를 설립한 뒤로 AI 적용 분야를 지속 확장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존 ‘데이터AI본부’를 ‘AI데이터혁신본부’로 재편하고 생성형 AI 비즈니스 적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AI비즈혁신부’를 신설했다. 또 ‘AI거버넌스팀’을 설치해 AI 운영 방식 관련 가이드라인 수립과 리스크 관리 역할을 강화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AI를 활용한 주요 서비스는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기업여신 자동 심사 지원 시스템·AI 금융비서·KB AI-OCR 플랫폼·KB AI Translator 등이다. 특히 ‘KB AI Translator’는 금융 분야에 특화된 번역 지원 서비스로 주목받는다. 외국인 고객 응대, 문서 번역 등 업무 수행 시 국문·영문 상호 번역을 제공해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돕는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은 합리적인 부동산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AI 시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AI 시세 도입으로 평균 3일 이상의 감정평가 시간이 5~10분 이내로 줄고 비용도 발생하지 않게 됐다. 올 3월에는 50가구 미만 아파트에도 AI 시세를 확대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국 50가구 미만 아파트 단지 9000여곳, 22만가구의 시세가 추가로 산출된다.

국민은행은 향후 AI를 통한 ‘문서 이해 기술’에 주력할 방침이다. 금융권 업무 처리는 대부분 문서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최신 문서 이해 영역 기술을 꾸준히 발굴해 복잡한 문서까지 처리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룹 공동 기술을 확보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AI 활용 체계를 마련하는 등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생성형 AI 사업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연내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 생성형 AI로 족집게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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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모델 기반의 서비스 구축에 공들여온 우리은행은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금융 시장 분석(Deep Sensing), 기업여신 심사 자동화 시스템, 대안신용평가 모델, SMS 발송 통제 시스템 등 은행 업무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반 ‘AI뱅커’ 기능을 챗봇에 추가했다. 시나리오 기반의 기존 서비스와 달리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AI뱅커는 고객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응하고 매끄럽게 상담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 상품 추천이 아니라 개인별 상황에 맞춘 우대 이율 계산, 높은 금리 상품 추천 등 예적금 추천에 특화돼 있고, 고객의 질문을 분석해 다음에 나올 예상 질문도 파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 AI뱅커 기능을 청약과 대출 등으로 확장해 코드 생성, 시황 요약,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은행 업무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주택청약 상담 서비스 ‘청약WON해’에서는 고객이 보유한 청약 계좌를 기반으로 AI가 계좌 정보, 청약 순위, 분양 정보 등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는 식이다. 현재는 우리WON뱅킹 앱 내 AI 챗봇에서 실험실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도입된 ‘AI검사챗봇’은 행원들에게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AI검사챗봇은 검사 업무 관련 데이터를 학습한 직원용 검사 지식 검색 서비스다. 5700여건의 사례·규정을 분석해 만든 DB와 353건의 시나리오를 갖춰놓고 발생 빈도가 높은 일상감사 업무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일상감사 업무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업무에서 실무자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상임감사위원에게 사전·사후에 확인을 받는 과정이다. AI검사챗봇은 일상감사 대상 업무에서 과거 비슷한 사례나 관련 규정과 공문 등을 안내해 감사 업무에 누락이나 착오가 생기는 걸 예방해준다.

IBK기업은행 | 스마트한 근무 문화 조성하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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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AI 기술을 실무에 적극 활용 중이다. ‘자연어처리’ ‘음성인식’ ‘Vision(AI-OCR)’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 준법 감시, 마케팅 지원 등 업무에 적용한다.

AI 전담 부서 규모도 점차 키워왔다. 2020년 하반기에는 ‘팀’ 단위로 편성·운영돼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서’ 단위로 확대 운영됐고 올 상반기에는 정식 부서로 승격됐다. 올해 3월에는 AI 개발·운영 통합 인프라인 ‘AI Hub 플랫폼’을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생성형 AI 기술 도입에 대응해 GPU 등 인프라를 대폭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AI 영업비서’는 기업은행이 스마트한 근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영업점 지점장·팀장 직원이 경영 정보 조회, 고객 관리, 마케팅 지원 등을 앱 하나로 수행할 수 있는 대화형 모바일 앱이다. 은행권 최초 AI 기술 도입 사례도 적잖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문 취업 포털 사이트인 i-ONE JOB에는 양방향 ‘AI 인재·일자리 추천’ 서비스를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다. 채용 기업에는 적합한 인재를 추천하고, 구직자에게는 맞춤형 구직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한 은행권 최초로 KAIST와 공동 산학협력을 통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기술 기반인 ‘우량 기업 타깃 마케팅 서비스’를 실무에 적용했다.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직원 업무를 효율화하는 데 AI를 집중 활용할 예정이다. 자체 GPT를 도입해 생성형 AI를 활용할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AI 활용 분야를 마케팅, 업무 자동화뿐 아니라 내부통제, 위험관리, 여신 심사 등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AI 은행원, 디지털 은행 업무 비서 등 대(對)고객 서비스도 대폭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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