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래드 서울 호텔.
여의도 IFC에 포함된 5성급 호텔로 434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 호텔 주인인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IFC 건물 전체를 파는 대신 콘래드 서울 호텔만 따로 떼내어 공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차 입찰 결과는 놀라웠다. 생각보다 꽤 많은 투자회사가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 그래서 좀 더 몸값을 올려 2차 입찰을 진행했다. 역시나 ARA코리아자산운용, 블루코브자산운용, 그래비티자산운용, 케펠자산운용 등 국내외 투자사 4곳이 경합을 벌였다. 이 중 ARA코리아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호텔업계는 영업 중단 등 바닥을 경험했다. 그런데 엔데믹 후 급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고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면서다. 객단가가 높아진 것은 물론 매물로 나온 호텔 몸값도 덩달아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귀티만 나던 업종이 아니라 실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악몽은 끝
부활 시동 건 호텔업계
코로나19 유행 종료 이후 호텔 산업은 폭발적인 회복세를 보인다. 객실 예약률, 호텔 폐업률, 매출·영업이익 등 주요 지표들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객실 예약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진작에 회복했다. 객실 예약률은 호텔의 수익과 직결된 핵심 지표다. 일반적으로 예약률이 70%를 넘어야 이윤이 남는다. 90%를 넘어서면 모든 객실이 운영 중인 ‘만실’로 본다.
지난해 중반부터 서울 시내 호텔 예약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평일에 만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해가 바뀌어도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 특히 3월의 경우 MLB 서울 시리즈 같은 대형 국제 행사 덕을 톡톡히 봤다. 호텔신라, 조선호텔앤리조트, 롯데호텔,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국내 주요 호텔의 3월 객실 예약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높아졌다. 외국인 객실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3월 객실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올랐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우 이달 객실 가동률이 90%에 달했다. 전체 객실 중 외국인 객실 비중은 80% 이상으로 급증했다. 롯데호텔 역시 이달 객실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이상 증가했다. 4월 들어서도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의 평균 예약률은 9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호텔 폐업률은 급감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전국 관광호텔 폐업 건수는 2022년 45건에서 2023년 14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관광호텔 개업 건수는 41건에서 41건으로 변동이 없었다. 개업은 그대로인데, 폐업은 급격히 줄면서 호텔 숫자가 증가했다. 관광호텔은 각종 여가·부대시설을 갖추고, 대실이 아닌 숙박만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호텔’이 관광호텔업에 속한다. 이형구 젠스타메이트 리서치본부장은 “내·외국인 관광 수요 증가에 따라 신규 호텔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활황에 힘입어 주요 호텔 업체는 지난해 연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여파를 완전히 떨쳐냈다는 평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완연히 상승세를 탔다. 빅3 중 하나인 롯데호텔앤리조트는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겼다. 2023년 매출 1조2917억원, 영업이익 712억원을 거뒀다. 각각 13.8%, 296.9%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외국인 투숙객이 120% 증가하며 실적이 대폭 개선됐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시행된 노후 식음업장의 개보수 공사 종료 후 재개장으로 식음 매출 역시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 호텔·레저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6347억원, 영업이익 68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31억원의 적자를 내며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악몽을 완전히 떨쳐냈다. 1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달성, 극한의 효율성을 뽐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23년 매출액 5562억원, 영업이익 41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5.8%(762억원), 영업이익은 2배(213억원) 가까이 늘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공격적으로 출점한 게 빛을 발했다. ▲그랜드 조선 부산(2020년 1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2020년 10월) ▲그래비티 서울 판교(2020년 12월) ▲그랜드 조선 제주(2021년 1월) ▲조선 팰리스(2021년 5월)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처음에는 우려가 상당했지만, 5개 호텔 모두 시장에 안착하면서 실적 상승의 동력이 됐다. 이외에도 코로나 유행 기간 시작한 호텔 PB 상품 사업이 순항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빅3 외 다른 호텔 역시 역대급 실적 행진을 기록했다. GS그룹이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은 2023년 매출액 4822억원, 영업이익 10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0% 이상, 영업이익은 45% 이상 증가했다.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률은 21%에 달한다. 객실, 식음, 연회 등 호텔 전 부문의 매출이 고루 성장했다. 객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하며 가장 폭발적인 실적 향상을 보였다. MICE(기업 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 서비스), 비즈니스 출장, 자유 여행 등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급 호텔 브랜드 아난티는 지난해 매출액 8972억원, 영업이익 26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영업이익도 2배 넘게 늘어났다. 2021년 이후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은 2023년 연간 매출액 2776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 역대 최대치다. 안다즈, 파크 하얏트 서울을 운영 중인 호텔 HDC는 매출액866억3996만원, 영업이익 53억8823만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전년(26억357만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카지노로 유명한 파라다이스는 호텔·리조트 부문이 역대 최대인 23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호텔 산업 호황 원동력은
투숙료 오르고 사람은 모이고
단순히 부활한 수준이 아니다. 대다수 호텔이 2019년 실적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며 질주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의 배경은 무엇일까. PQC 모델로 분석하면 비교적 쉽게 답이 나온다. PQC 모델은 P(price·가격)와 Q(Quantity·판매량) 그리고 C(cost·비용)를 분석, 기업과 산업의 이익을 도출하는 기법이다. P와 Q를 곱한 값에 C를 빼 이익을 산출한다. 국내 호텔 산업은 현재 P(객단가)와 Q(관광객 수요)가 모두 급등했다.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도 증가했지만, 매출액 상승세가 워낙 높은 덕분에 상쇄했다.
우선 관광객 수요(Q)가 증가했다. 국내 호텔 실적은 외국인 관광객 숫자와 직결된다. 내수 시장이 작은 탓이다. 코로나19 시기 실적이 급감한 것도 셧다운으로 인한 외국인 수요 감소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이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정부가 엔데믹을 선언한 이후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규모는 1103만명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83% 수준까지 회복했다. 올해는 더 증가했다. 1~2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9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텔 평균 투숙료(ADR) 역시 날로 상승하고 있다. ADR은 Average daily rate의 약자로, 평균 1일 숙박료라는 뜻이다. 투숙객이 하루 동안 호텔에서 쓰는 비용을 뜻한다. ADR이 높을수록, 호텔 수익은 증가한다. 올해 1월 국내 호텔업계 ADR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수도권·경상권·전라권·충청권·강원권 등 5대 권역 호텔을 조사한 결과 올 1월 호텔 객실 평균 단가는 16만480원이었다. 이 가운데 5성급 호텔의 ADR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31.1% 증가한 25만6137원이다.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수도권 호텔들의 실제 객실 판매가는 이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서울 도심 특급 호텔의 경우 ADR이 40만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ADR이 최고점을 찍는 배경에는 주요 소비자인 외국인 방한 관광객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럭셔리 호텔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 트렌드가 맞물린 영향이 컸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는 ‘한국 호텔 투자 시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MZ세대들이 럭셔리 호텔을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호텔 ADR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덩달아 높아진 호텔 몸값
억억억…팔리면 2000억
코로나19가 한창일 시기만 해도 대형 호텔들이 잇따라 매각됐다. 수요가 급감한 반면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면서 대주주가 시세 차익을 노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팔린 곳들이 다시 호텔이 돼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밀레니엄 힐튼 호텔, 그랜드 하얏트 호텔, 르메르디앙 호텔, 크라운호텔, 프리마호텔, 쉐라톤 팔라스 강남 호텔, 호텔PJ 등은 매각 후 대부분 현 자리에 있는 건물이 헐리고 업무상업시설 혹은 주거시설로 변모될 계획이다.
상황이 이런데 엔데믹으로 수요가 폭발하니 IB업계에서 호텔을 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2016년 2132억원을 주고 산 티마크 그랜드 호텔 명동은 코로나19에 접어들면서 ‘골칫덩이’가 됐다. 그런데 엔데믹이 되고 경영 상황이 호전되면서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 그래비티자산운용과 미국계 대체 투자 운용사 안젤로고든(Angelo Gordon)이 관심을 가지면서 최근 이 호텔을 2282억원에 매각할 수 있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코로나가 극심할 당시만 해도 호텔 운영이 중단되면서 해당 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산업은행이 대출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빚었다. 결국 매각에 성공하면서 펀드, 투자자, 인수 업체 모두 웃을 수 있게 됐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신라스테이가 포함된 ‘광화문G타워’를 2890억원에 매각해 620억원 차익을 올렸다. 연면적 3만4747.2㎡, 대지면적 2890.2㎡인 이 건물은 지상 2~7층까지 오피스, 8~18층은 호텔신라의 ‘신라스테이’가 2030년 12월까지 책임 임차하고 있다. 서울 중구 3성급 나인트리 호텔 동대문도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500억원대 중반에 인수하면서 이 시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이미 매물로 나온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은 ARA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본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밖에도 신라스테이 마포·서대문, 명동 스카이파크 호텔,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홍대 등이 매각을 앞두고 1~2년 전 대비 한층 높은 가격으로 협상에 임한다는 후문이다.
김병직 신한리츠자산운용 전무는 “일부 호텔은 코로나19 전 매매 금액이 지나치게 높아 가격 조정이 쉽지 않아 매각이 무산되긴 하지만 일부 해외 투자자, 글로벌 호텔 운영사는 현 시점을 국내 호텔 투자의 적기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임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호텔 산업 추후 트렌드는
양극화·특성화·위탁 경영·PB 사업
코로나19 유행 이후 호텔 산업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는 양극화가 더 극심해지는 형국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처럼 브랜드를 빌려주는 위탁 경영, 호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PB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호텔 업체의 경영 전략 변화도 활발하다.
제일 두드러지는 유행은 ‘양극화’다. 초고가의 특급 호텔이거나 ‘가성비’를 제대로 갖춘 호텔이 인기를 끈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은 대부분 ‘만실’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도 ‘럭셔리’ 호텔을 한국에 속속 내놓는다. 글로벌 체인 아코르그룹은 2025년까지 4개의 호텔을 추가 개관할 예정이다. 아코르그룹은 페어몬트, 소피텔, 엠갤러리의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 한국의 럭셔리 호텔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일레븐건설이 개발하고 있는 옛 유엔군사령부가 있던 용산 부지에 로즈우드 호텔이 오픈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정대로 이 호텔이 2027년에 개관하면, 한국에 진출한 최초의 7성급 호텔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급 호텔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 가성비가 좋은 ‘가성비 호텔’이다. 10만원대 가격으로 합리적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호텔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 이에 맞춰 현재 국내 호텔 업체들은 가성비 호텔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는 올해 각각 가성비 브랜드인 신라스테이와 L7을 국내외에 출점한다. 신라스테이는 올해에만 세 곳이 새로 생긴다. 상반기에 제주 이호테우, 하반기에는 전주·세종에서 문을 연다. 호텔롯데는 현재 명동·홍대·강남에서 운영 중인 L7의 4호점을 오는 6월 부산 해운대에 열 계획이다.
일반적인 호텔 형태를 벗어나, 독특한 디자인, 외관 등을 적용한 특성화 호텔도 속속 등장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한옥 호텔, 구도심 빈집을 리모델링한 ‘마을 호텔’, 프라이빗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채 객실 등이 대표적이다. 한옥 호텔은 ‘한류’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원픽’으로 꼽히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국내 1호 한옥 호텔로 꼽히는 ‘락고재’의 경우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이 70%에 달한다. 1박 평균 30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예약이 쉽지 않다.
지방 구도심을 재생한 ‘마을 호텔’도 주목받는다. 텅 빈 구도심을 리모델링해 관광객이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이다. 사업이 활발한 경북 경주시는 ‘마을 호텔’이 4채에서 20채로 늘어나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도시 재생과 관광객 유치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 평가가 좋다.
평수가 넓고 사생활 보호가 확실한 독채형 객실을 앞세운 호텔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파라스파라 서울’, 강원도 ‘켄싱턴 설악밸리’ 제주도 ‘힐리우스’ 등 독채 객실을 보유한 호텔은 50만~1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투숙률이 높다. 명절, 연말 등 특수 기간에는 방 구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시장 변화 외에도 호텔 업체의 경영 전략 변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화두로 떠오른 전략은 위탁 경영과 PB 상품이다.
위탁 경영이란 소유자가 따로 있는 호텔에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것을 말한다. 호텔 운영도 대신 맡아준다. 직접 호텔을 짓고 개업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 글로벌 호텔 체인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국내 호텔은 위탁 경영 비중이 적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3월 21일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라만의 헤리티지를 발전해나가겠다”며 “ ‘더 신라’ 브랜드를 견고히 해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확장을 추진함으로써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위탁 운영·브랜드 활용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이다. 김태홍 롯데호텔앤리조트 대표는 올해 ‘에셋라이트(Asset Light)’ 전략으로 신흥 시장 위주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자산 매입 부담 없이 위탁 경영을 확대해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호텔 자체 상품을 판매하는 호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호텔 PB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은 음식과 침구 그리고 향수다.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한 제품의 판매량이 상당하다. 조선호텔 김치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42% 느는 등 지난 3년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호텔 김치 인기가 이어지자 롯데호텔도 지난해 포장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3년 초 첫선을 보인 조선호텔 육개장은 올해 4월 5일까지 80만개 팔렸다. 지난 3년간 조선호텔 간편식 매출은 매년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호텔은 자체 침구 브랜드 ‘해온’을 개발해 2020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서 롯데호텔에 비치된 매트리스, 침구, 수건, 가운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같은 해 조선호텔은 침구 브랜드 ‘더 조선호텔’을 선보였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5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올해는 아난티까지 4월 5일 이불과 베개 등 침구 세트 판매를 시작하며 침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플라자는 PB 향수 상품인 ‘P컬렉션’을 판매한다. 올해 1분기(1~3월) P컬렉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의 향을 담은 디퓨저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80% 늘었다.

수요 급증 호텔업계 과제는
마을 호텔 등 규제 대폭 완화해야
팬데믹 당시 주요 호텔 매각 등으로 사라진 호텔 객실은 업계 추산 약 4000실에 달한다. 이를 당장 메우려면 그만큼 호텔을 더 지어야 한다. 하지만 건자재비 인상, 고금리 등의 여파로 호텔을 짓겠다고 나서는 곳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수요를 소화시킬 묘안이 없을지 업계에선 고심이 짙다.
전문가들은 호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우선 숙박 관련 법 체계의 정비, 소관부처의 단일화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숙박업, 보건복지부의 일반숙박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민박업 등 소관부처가 산재돼 있다. 이를 일본처럼 관광청이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게 하면 효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중소형 호텔 브랜드 ‘호텔어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지엠티 김홍열 대표는 “현재 상태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능동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 대안으로 그는 “제천시가 시행하고 있는 ‘관내 노후화 숙박시설 리모델링’ 사업과 같이 이미 있는 여관, 모텔 등의 소형 숙박시설의 현대화·양성화, 전국 지자체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빈집을 ‘마을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방법 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경주역 뒷골목에 100년 가까이 된 고택촌이 슬럼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주시는 20곳을 마을 호텔(행복 황촌)로 바꿔 외지인 관광을 유도하면서 상권을 되살린 바 있다.
최영철 베스트웨스턴코리아 대표는 “새로 지을 것 없이 최근 공실 문제가 심각한 생활형숙박시설을 부동산 투자사가 전량 매입 후 전문 운영사에 맡기든지 완공만 된 채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의 용도변경을 유도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