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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소유할 순 있지만 팔지는 않을 겁니다"

입력 : 
2025-03-16 16: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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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은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첫 해외 개인전을 열며 배우에서 화가로서의 성과를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은 소유의 대상이 아닌 공유의 가치를 추구하며, 창작자의 세계관을 담는 그릇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작가는 다양한 작업 공간에서의 변화와 새로운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계속해서 예술적 표현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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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에서 화가로 박신양
조형주 여행+ PD
조형주 여행+ PD
연기와 그림 사이를 오가는 박신양. 그는 배우에서 화가로, 무대가 아닌 캔버스 위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첫 해외 개인전을 열며 작품 세계를 확장한 박신양 작가를 여행플러스가 경북 안동의 작업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박 작가는 "배우로 살아온 시간은 그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제4의 벽'(무대와 관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은 그의 예술적 성찰의 출발점이었다. "표현하는 행위와 보여지는 과정을 구분하며 많이 고민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작가에게 예술은 창작자의 세계관을 담는 그릇이다. 감정을 표현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점에서 연기와 그림은 근본적으로 같다고 그는 믿는다.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가치를 추구하는 박 작가는 그림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그림을 소유할 수 있지만 파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린 적도 없다"며 "세상에 널리 알려진 방식이라고 꼭 내가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예술 철학을 분명히 했다.

박 작가는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첫 해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전시에 대해 박 작가는 "의미 있고 긴장도 많이 했다"며 회상했다. 배우로서는 일본을 방문한 적이 많지만 화가로 선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배우가 왜 그림을 그리지?'라는 당황스러움을 관객들이 가질 수 있어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도 만났다. 그의 책 '제4의 벽'을 번역할 지원자를 만난 것. "전시장에서 직접 번역을 하겠다는 한 분을 만났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더 기뻤다"고 전했다. 작품과 책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이 그에게는 의미 깊은 경험이었다.

현재 안동에 임시 작업실을 마련한 박 작가. 서울에서 작업할 때는 좁은 공간과 독성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그는 "환기가 잘되고 조용한 공간에서 작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연고가 없는 안동으로 오게 됐다"며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사과가 나는 지역의 큰 일교차가 무드 변화를 만들어내 예술적 영감을 준다고 느낀다. 미국 시애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다른 작업 공간에 대한 열망도 있다. "환경이 달라지면 기분과 느낌이 달라진다"며 경남 거제도에 애정을 보였다. "따뜻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 곳으로 배를 타고 30분쯤 가면 나오는 섬들을 산책할 때 기분이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라는 작은 마을도 그의 마음에 남았다. 2006년 일본 최초 지방자치단체로서 파산을 선언한 유바리는 공식 '망한 도시'로 알려졌다. 박 작가는 "유바리는 공식적으로 망한 도시로 알려진 곳인데, 나에겐 '망한 것' 외에는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며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었고 망한 도시를 어떻게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회고했다. "겉으로는 황량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생동감이 있었다"며 묘한 감동을 느꼈다. 그는 언젠가 그곳에서 전시를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영감의 원천이 된 여행지로는 러시아를 꼽았다. 그는 "풍경과 사람, 예술이 남아 있는데 우연히 들른 작은 미술관에서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10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감동이 있다면, 그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라며 이 질문이 자신을 그림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지난달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을 출간했다. 1년 전 출간한 '제4의 벽'에 이어 두 번째 책을 안현배 미술사학자와 함께 썼다. 에곤 실레를 통해 '표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이 책은 미술사학자와 창작자 관점이 한 책에 담겼다.

연기가 사람들한테 보여줘서 소통을 일으켰듯이 그림 역시 마찬가지라는 철학을 피력한 그는 "지금 애써 창작을 하고 단계적으로 충분히 보여주고 소통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 그는 "책, 사유, 그리고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생각을 나누려 노력하고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안동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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