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 했습니다. 을사년 새로운 해가 떠오른 만큼 마음가짐도 새롭게, 앞으로의 계획도 알차게 새판을 짜면 좋을 텐데요. 그런 면에서 새출발을 위한 분위기 전환 해봄직 하겠죠. 가까운 거리도 좋고, 좀 멀리 떠나도 의미 있습니다.

여행플러스는 올해 첫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사진작가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고른 국내 여행지 90곳, 내로라하는 여행작가 7인이 선정한 코리아둘레길 45선을 살뜰히 담은 책 2권을 소개합니다.
위드선샤인 | 도서출판 푸른향기

여러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로 세상을 바라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20대 중반 암수술을 받은 것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아 틈틈이 세계 30개국과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이후 30대 들어서면서 퇴사하고 전업 사진작가로 활동한지 8년차, 그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과 감성을 강의를 통해 전하는 중이다. 아울러 SNS를 통해 여행 크리에이터로도 활동 중인 그의 필명은 위드선샤인. 그가 당일치기, 1박, 2박 등 주말과 짧은 휴가를 이용해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지 90곳을 소개한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을 출간했다.
강원도 강릉부터 전남 구례, 경북 경주, 전북 고창, 충남 서산, 제주 가파도까지 계절별로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전국 곳곳의 나만 알기 아까운, 보물같이 숨겨진 여행지를 담았다.

일단 1월에는 전북 무주의 덕유산 정상을 가라고 추천한다. 그곳에서 맞이하는 새해 설경이 그만이라면서 말이다. 이어 겨울에는 강원도 대관령 애니포레 가문비나무 숲길에서의 인증샷, 경남 거제 지심도에서 만나는 동백꽃 등도 손꼽았다.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꽃 추천 스폿과 함께 목련이 핀 서울 용산공원에서 이국적인 여행지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또 봄이면 핑크빛 꽃바다가 펼쳐지는 경기 부천의 진달래동산, 5월의 크리스마스가 펼쳐지는 대전 들의공원 이팝나무, 유채꽃, 청보리밭, 장미와 수국을 보러 가는 제주 봄 여행도 가봐야 한다.
강원 동해 무릉별유천지의 라벤더와 에메랄드빛 절경을 가진 호수에서 한국의 스위스를 만날 수도 있다. 배롱나무꽃, 해바라기, 맥문동 등 여름 꽃들의 향연과 억새, 코스모스로 가을을 맞이하고, 단풍과 은행 명소들로 흘러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것도 놓치지 말자. 연말에 경남 통영 달아공원에서 일몰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정보다.

책에 실린 90곳 외에도 월별로 ‘작가가 추천하는 국내 꽃 여행지’를 부록으로 실었다. 수만 송이의 꽃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여행. 출근 전, 집 근처 캠퍼스 내, 동네 공원 등 우리 주변에서 매일 피고 지는 꽃들도 마주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수많은 여행 정보 속에서 나만의 특색 있는 여행을 찾고 싶은 여행자들, 열두 달 동안 피어나는 꽃들을 찾아 떠나고 싶은 모든 사람, 자연이 선물하는 즐거움을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일상을 여행처럼 보내는 법,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전할 것이다.
작가는 “내게 사진은 놀이와도 같다. 그 순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렌즈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열린다”면서 “내 꿈은 80살이 되어도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탐험하며, 사진 놀이를 하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다현 김영록 박희진 신정섭 윤정준 조송희 홍성운 | (사)한국의길과문화

직업이 여행 작가인 사람부터 생태문화연구자, 스튜디오 대표, 걷기여행가, 아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걷기를 위한 길을 낸 사람까지 도보 여행에 일가견이 있는 7명이 뭉쳤다. 한 마디로 걷기여행 고수 내지는 도보 여행 어벤져스다.
이들이 쓴 국내 유일의 코리아둘레길 완벽 가이드북 ‘대한민국을 걷다’는 동해안과 서해안, 남해안을 비롯해 접경지역까지 우리나라 외곽을 하나로 연결하는 4500km에 이르는 초장거리 걷기여행길을 샅샅이 살펴 실었다. 지난해 9월 열린 이 둘레길은 한국판 산타아고 길이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해외 유명 걷기길과 경쟁해도 손색없다. 일단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 약 800km인데 이에 6배 가량의 길이이고, 우리 땅의 아름다움 역시 못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 걷기여행자의 도전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은 걷기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고 친근하게 여행에 입문할 수 있도록 꾸렸다. 코리아둘레길 284개 코스 중 가장 매력적인 45개 코스를 골라 친근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한다. 작가들은 45개 코스를 한 걸음 한 걸음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각 고장의 내력 깊은 역사와 문화를 맛깔스럽고 감성적인 글과 멋진 사진으로 담아냈다.
해파랑길에선 호미곶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새로운 희망을 채색해 본다. 1500년 전 화랑도들이 유오산수(遊娛山水)했던 월송정 앞에서 오랜 역사를 품은 이야기를 듣는다. 남파랑길의 아름다운 쪽빛 바다는 그리운 이에게 연애편지를 쓰고 싶은 풍경이 된다. 섬진강 재첩, 남해에서 적을 맞이한 충무공 이순신, 남도순례길 이야기는 애절하고 구수하며, 통영은 바다와 예술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있다.
서해랑길에서는 검은 비단 같은 갯벌과 갯벌 속 다양한 수생 생물이 그 빛을 자랑하는 것을 보게 된다. 변산반도의 채석강 등 서해로 지는 노을은 곱디곱다. 목포와 군산의 근대역사문화거리는 100년 전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DMZ 평화의길에는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많다. 한국전쟁 포로들이 자유를 찾아 건넜던 임진각 자유의 다리와 망향의 슬픈 노래비,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된 백마고지와 저격능선 전투,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 철원의 두루미 등 생태와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아울러 책에는 45개 코스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코리아둘레길을 구성하는 4개의 길에 대한 정보를 요약한 ‘길별 안내’를 실었다. 또한 소개된 45개 코스에 대한 코스지도, 소요시간, 교통편, 먹거리 등 직접 방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작성한 주요정보를 담은 ‘여행 팁(Tip)’을 추가해 코리아둘레길을 처음 걷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 속을 걸어가면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거창한 나라사랑이 아니더라도 길을 나서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땅의 소중함도 돌아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책에 담긴 글을 읽으면 걷기여행길이 주는 즐거움도,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도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는 “길 위에는 삶이 있다. 길 위에서 우리가 인생길을 너무 바쁘게 달려온 것은 아닌지, 그래서 진정 걸어야 할 길을 지나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며 “속도와 경쟁에서 벗어난 여행자의 느린 걸음은 우리 땅과 국토가 얼마나 아름답고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알게 해 줄 것”이라고 일독을 바랐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