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골든글로브 트로피
노화에 대한 저항 담은 호러물
'서브스턴스'로 수상하며 눈물
성형루머 딛고 연기 인정받아
성 정체성 다룬 '에밀리아 …'
日드라마 '쇼군'은 4관왕 영예
노화에 대한 저항 담은 호러물
'서브스턴스'로 수상하며 눈물
성형루머 딛고 연기 인정받아
성 정체성 다룬 '에밀리아 …'
日드라마 '쇼군'은 4관왕 영예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단은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영화 '서브스턴스' 주연으로 열연한 데미 무어를 호명했다. 데미 무어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건 1981년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작 '사랑과 영혼'의 몰리 젠슨 역, 1997년작 '지. 아이. 제인'의 오닐 중위 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데미 무어는 골든글로브 등 굵직한 영화상과는 인연이 전혀 없었다. 금빛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데미 무어는 떨리는 목소리로 "30년 전 한 프로듀서가 내게 '팝콘 배우'라 칭했다. 그건 내가 이런 걸(굵직한 연기상 수상) 해낼 순 없다는 의미, 돈을 버는 영화를 찍어낼 순 있어도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할 거란 의미에 가까웠다"며 운을 뗐다. 그는 "내 인생은 이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 전 내 책상 위엔 마법과도 같은, 미친 대본(영화 서브스턴스)이 놓여 있었다. 우주는 '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데미 무어는 "영화 '서브스턴스'는 우리가 충분히 똑똑하지도, 충분히 예쁘지도, 충분히 날씬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 여성은 내게 '당신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리란 걸 안다. 그러나 무형의 척도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브스턴스'는 바로 그 점에 대한 영화"라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퇴물배우로 전락한 전직 할리우드 스타가 미지의 약물을 주사기로 투약한 뒤 젊고 어리고 예쁜, 또 다른 '나'를 만나며 벌어지는 영화다. '두 개의 몸'이 된 하나의 자아는 각각 일주일씩 돌아가며 삶을 공유하는데, 둘은 결국 서로를 혐오하다 폭력의 세계로 건너간다. 나이듦에 대한 인간적 저항, 젊어지고 싶은 인간의 본연적 욕망, 미디어 산업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복잡하게 펼쳐놓는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작품상(뮤지컬 코미디 영화 부문), 외국어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해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최다 트로피 주인공이 됐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변호사 리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 두목의 성전환을 돕는 이야기다.
인간의 정체성을 질문하며 스릴러와 뮤지컬을 결합한 독특한 형식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내년 2월 한국 개봉이 예정돼 있다. 리타 역을 맡은 조이 살다나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조이 살다나는 '아바타' 여주인공 네이티리로 열연했으며, 올해 개봉할 '아바타3'를 비롯해 5편까지 예정된 '아바타' 시리즈의 주연이다.

골든글로브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영화 '브루털리스트'에는 작품상(드라마 영화 부문),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3개의 트로피가 돌아갔다. 아직 한국 개봉 전인 '브루털리스트'는 상영 시간만 215분(3시간35분)인데도 해외에선 작년 12월 개봉 이후 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건축가 라슬로 토트가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한 뒤 자본가 해리슨의 의뢰로 커뮤니티센터를 짓는 이야기다. 사회 최하층부 약자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독감, 상업과 예술의 충돌 등을 이야기한다. 브루털리즘(brutalism)은 콘크리트를 노출시키는 1950년대 건축양식을 뜻하는데, 라슬로의 브루털리즘은 인간의 단단한 내면과 조응한다.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은 작년 4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일본 퓨전사극 '쇼군'이 차지했다.
'동양판 왕좌의 게임'으로 비유되는 '쇼군'은 1600년대를 배경 삼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티프 삼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쇼군 자리를 차지하려는 인물들의 전쟁사를 가상으로 다뤘다. '쇼군'은 작품상을 포함해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 '오징어 게임2'는 '쇼군'과 경쟁했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 'X파일'의 스컬리 요원으로 친숙한 배우 조디 포스터는 '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로 TV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부문 남우조연상은 '리얼 페인'의 키어런 컬킨, 영화 각본상은 '콘클라베', 영화 흥행상은 '위키드'에 주어졌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