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업으로 인도네시아서 성장
자국 대회 수차례 정상 오른 실력자
AAC 등 국제 대회서도 두각 나타내
올해 전국체육대회 해외부 제패해
내년 겨울 프로 전향해 새로운 출발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AAC)과 같은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골프 대회에서 눈에 띄는 한국계 인도네시아 선수가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인도네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랜디 빈탕(인도네시아·한국명 성민)이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그는 앞으로 아시안투어 등에서 맹활약을 펼칠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대회에 출전할 때 사용하는 이름은 빈탕이다. 그러나 그가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는 ‘성민’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빈탕은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 만큼 정말 소중하다. 몇몇 한국 선수들은 성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이 정말 많다. 앞으로도 성민이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살아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의 사업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빈탕이 골프를 처음 접한 건 8세 때다. 아버지를 따라 우연히 갔던 골프장에서 공을 맞히는 것에 매력을 느낀 그는 프로 골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빈탕이 골프에 재능을 보이자 부모님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0세 때부터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했던 빈탕은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인도네시아에 알려나갔다.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그는 결국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우승자에게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지는 지난해 AAC에서 공동 48위를 차지했던 빈탕은 올해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첫날에는 단독 선두에 자리하며 엄청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셋째날과 최종일 부진했던 그는 공동 19위에 만족해야 했다.
AAC를 포함해 빈탕이 올해 작성한 성적은 예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인도네시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던 그는 타이완 아마추어 챔피언십 3위, 메드코 판독 인다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 6위 등 톱10 이상의 성적을 여러번 기록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성적은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경남 김해시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던 전국체육대회 해외부 우승이다. 사흘간 14언더파 202타를 적어낸 그는 단독 2위 정우성을 8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22년부터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성민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올해와 2022년에는 우승의 감격을 맛봤고 지난해에는 공동 6위에 올랐었다. 성민은 “한국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데 아마추어 대회 출전 등으로 인해 자주 가지 못했다. 그래도 2022년부터는 전국체육대회 기간에 1년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부진해 아쉬웠는데 올해 다시 우승하게 됐다. 내년에 또 나오게 된다면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빈탕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불고기와 갈비탕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도 한식당이 많지만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맛있지 않다. 지난달 전국체육대회 기간에 맛있는 음식을 정말 많이 먹었는데 다음 방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BNI 인도네시안 마스터스와 만디리 인도네시아 오픈 등 아시안투어 대회에 몇 차례 출전했던 빈탕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프로 대회에 나갈 때마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느껴진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그린 주변 플레이, 퍼트까지 모두 보완해야 하는 만큼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한 시즌 내내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력적으로도 확실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탕이 고려하고 있는 프로 전향 시기는 내년 겨울이다.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등에 출전할 예정인 그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프로로 전향하기 전까지 1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매년 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린 주변 플레이와 100야드 이내 웨지샷이 강점이라고 밝힌 빈탕은 정교함을 겸비한 장타자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롤모델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로 꼽은 그는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드라이버 샷 거리가 조금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1년 뒤에는 정교한 장타자로 거듭나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프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빈탕은 “프로가 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며 “DP월드투어와 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한국 대회인데 언젠가는 꼭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