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을 늘리는 속도에서
우리를 따라올 나라는 없었다
그 신화는 되풀이될 수 없다
새 대통령은 주문(呪文)보다
전략을 말해야 한다
우리를 따라올 나라는 없었다
그 신화는 되풀이될 수 없다
새 대통령은 주문(呪文)보다
전략을 말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필연이었다. 운도 따랐다. 우선 경제라는 파이를 만드는 사람이 늘었다. 인구가 반세기 만에 2800만에서 5100만으로 는 것만으로도 파이는 커지게 마련이다. 기술은 빠르게 따라잡았다. 반도체도 조선도 일본이 미국을 제쳤고, 한국은 일본을 제쳤다. 헝그리 투혼은 눈물겨웠다. 지금의 파이는 그 피와 땀의 결정이다. 냉전의 장벽이 무너지고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이 되면서 우리의 파이에는 날개가 돋쳤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는 질적 변화가 따른다. 똑같은 파이를 무한히 키울 수는 없다. 새로운 파이를 만들 레시피를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면, 게다가 그걸 만들 사람들이 가장 빨리 늙어가고 또 줄어든다면 예전처럼 파이를 키우기는 불가능하다.
내 아들은 1990년대에 태어났다. 당시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6%대였다. 그가 내 나이가 되면 역성장의 시대를 살 가능성이 커졌다. 13년 전 KDI는 2040년대 잠재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낙관적 시나리오로는 1.8%까지 파이를 키울 수 있으리라 보았다. 얼마 전에 내놓은 전망치는 0.1%였다. 물론 인구가 줄면 각자의 몫이 커질 수도 있다. 더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파이를 즐길 수도 있다. 배고픔이 해결되면 누구나 그런 파이를 원한다. 이웃이나 다음 세대에 돌아갈 몫도 생각해야 한다. 1인당 실질GDP라는 지표는 파이의 성분과 레시피, 맛이나 나눔의 문제를 덮어버린다.
다음달 4일 취임할 새 대통령도 틀림없이 파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가 신화로 굳어진 경험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 단순히 파이를 키우겠다는 다짐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파이를 어떻게 키울지 말해야 한다. 파이를 키우면 나누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우길 때도 지났다. 대선을 위해 급조한 공약들은 대증요법이었다. 상투적 수사로 포장한 비전은 공허한 주문(呪文)이 되기 쉽다. 대통령은 마법사가 아니다. 신묘한 방법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지난날과 같은 신화는 되풀이될 수 없다. 우리 세대가 누렸던 행운은 실력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제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아들 세대는 인구 배당도, 쉽게 얻을 기술도, 세계화의 기회도 기대할 수 없다. 인구와 기술과 시장의 격변은 성공신화를 무참히 깨트려버릴 수 있다. 대선 때면 나는 늘 이런 글을 썼다. 경제라는 파이가 커질수록 그 속도는 느려지고 좋은 파이를 만들기도 어려워진다. 철 지난 레시피는 버려야 한다. 기적의 파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되뇌는 건 주술이다.
파이를 만드는 건 사람이다. 새 대통령이 그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를 바란다.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이생망'을 대통령실에 불러 터놓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라. 무역수지 통계는 그토록 정밀하게 내면서 인적자본 수지를 만들 생각은 왜 못하는가. 무작정 돈을 찍어내기보다 콘크리트로 굳어진 부를 유동화해 수요를 창출하는 건 어떤가. 대통령들은 좋았던 시절의 신화와 향수를 팔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는 굼떴다. 이번에는 다를까.
[장경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