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서울시 행정 체계는 과연 AI 시대에 부합하는 구조일까. 첫째, 서울시는 본청·25개 자치구·426개 동 주민센터로 이어지는 방대한 계층 구조를 갖고 있어 도시계획·복지·환경·세무 등 여러 분야에서 본청과 자치구 간 유사 기능이 중복된다. 동 주민센터 역시 최일선의 창구 역할을 넘어서지 못한 채 계층만 추가되는 구조다. 둘째, 권한의 집중과 비대칭 현상으로 도시계획·인허가·인프라 관리 등의 권한이 서울시에 집중돼 있어 자치구는 도시계획이나 개발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고, 지역 단위의 창의적 발전이 어렵다. 셋째, 지방세 세입 구조상 '시세와 구세' 비율이 '83대17'로, 부유한 강남구는 재정자립도가 56% 수준인 반면 강북·중랑구 등은 15%에 불과해 양극화가 심하다. 넷째, 공무원 인력은 약 5만6000명으로 비대하며 시의원은 112명, 구의원은 427명으로 조직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해외 도시들을 참고해 보면 뉴욕 인구는 약 800만명, 5개 구(Borough)로 구성돼 단순하고 시의원이 구의원을 겸직해 중복 인력도 없다. 로스앤젤레스(LA) 인구는 약 390만명인데 단일 시로 운영돼 행정 효율이 높다. 베이징 인구는 약 2190만명, 16개 구가 있어 1개 구당 인구는 136만명이다.
이제 서울도 행정 혁신을 통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우선 '대구(大區)' '대동(大洞)'제로 행정구역 개편을 검토해 볼 수 있다. 100만명씩 자치구 10개, 5만명씩 동 190개로 단순화하면 간부 공무원과 구의원 등을 60% 정도 감축할 수 있어 행정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고 기존 행정시설 재배치를 통해 스타트업 업무, AI 연구시설, 시민을 위한 디지털 배움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도시계획 및 개발 권한을 구청장에게 상당 부분 배분해야 한다. 상위 계획의 수립과 큰 틀의 조정은 시장이 가지되 지구단위계획, 소규모 개발사업,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설치 등 세부 결정권은 구청장에게 위임해 지역 주민의 니즈에 맞게 운영토록 해야 한다.
셋째, 지방세의 시세 편중을 완화해야 한다. 자치구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이 되도록 자동차세, 지방소비세, 주민세, 담배소비세를 자치구 세목으로 이관하는 등 구 간 재정 격차를 줄여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신설해 디지털 전환을 행정에 접목하고자 하는 것처럼, 이제 서울시도 중첩된 행정 체계에서 벗어나 AI 기반의 스마트 거버넌스로 과감히 전환해 시민 중심 미래형 도시로 도약해야 할 때다.
[박성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