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관세 불확실성 커진 상황
기업 투자 얼어붙게 만들 요인
AI 등 첨단기술로의 전환 시대
중국 결국 美와 정면대결 택해
차이나쇼크 또 한 번 닥칠 우려
기업 투자 얼어붙게 만들 요인
AI 등 첨단기술로의 전환 시대
중국 결국 美와 정면대결 택해
차이나쇼크 또 한 번 닥칠 우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관세 전쟁이 만들어내고 있는 초유의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들은 요즘 수십 년 만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연준이 발표하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금년 4월 678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봉쇄됐던 2020년 5월(557)이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626)보다도 높다. 비전통적인 발상과 오락가락하는 정책 속에 주요국의 물가도, 금리도, 환율도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주식시장도 패닉이다.
관세가 기업의 비용을 높인다면,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를 얼려버린다. 생산한 제품에 얼마의 관세가 부과될지, 미국 관세의 풍선 효과가 어느 시장 어느 업종까지 확산될지, 미국과의 양자협상이 어떻게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미국 내에서조차 제조업 투자가 확대되거나 외국 기업들이 이전해오기 어렵다. 생산이 시작될 4년 후에 트럼프가 물러나면 이 관세가 유지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발 불확실성이 지속될 앞으로 4년은 기술과 산업 측면에서 마침 매우 중요한 전환기다.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플랫폼 등 새로운 기술 발전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인미답의 자동화와 무인화 가능성이 눈앞에 열려 있다. 이 결정적인 시점에서 시장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감히 몇 년 후의 시장을 내다보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거꾸로 만일 지금 누군가 먼저 과감하게 대규모로 투자해 이 패러다임 전환을 선점한다면, 그 기업과 나라가 미래의 산업과 시장을 더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유력한 후보가 바로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정면대결에 나서면서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직면할 최악의 상황을 앞당겨 확정해 놓았다. 대신 내수를 열심히 부양하고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3월에 열린 양회를 통해서 재정과 금융의 실탄도 확충했다. 금년 말 발표할 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에는 이미 중국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본격적으로 전통 산업에 적용할 야심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정부의 지도를 기꺼이 따르는 국유기업들이 투자를 선도한다. 자본이나 외환시장을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전염될 가능성도 낮다. 즉 중국은 관세의 피해를 확정하는 대신에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 미래 투자를 촉진하려 한다.
중국의 제조업은 이미 미국을 포함한 선진 7개국(G7)의 제조업을 합한 것보다도 크다. 선진국 기업들이 미국발 불확실성에 전전긍긍할 동안, 중국의 대기업들은 국가 주도적 경제가 제공하는 비전과 방파제 속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다. 그렇게 4년이 지나면, 글로벌 경제는 또 한 번의 차이나 쇼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관세 리스크 대응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넘어 투자에 나서게 할 비전과 방파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