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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토허구역 해제가 일으킨 도깨비불

입력 : 
2025-04-07 17: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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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부분적 해제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논란이 일었고, 이후 강남3구와 용산구로 규제 구역이 확대되면서 거래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와 서울시 모두 시장이 안정세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송파구와 강남구의 급등세가 실거래가에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토허구역 확대가 주택 거래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주택시장과 관련된 소비와 소득에 심각한 연결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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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지수 한두달 후행하는데
시장 상황·지수 등 오판하며
결국 '토허제 확대' 악수 둬
거래위축은 경기회복 발목
팔 집 못팔아 재산권 침해도
'도깨비불'을 '산불' 만들어
사진설명


지난 2월 12일 소위 '잠삼대청'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부분적 해제는 아파트 가격 급등 논란을 일으키다 3월 19일 강남3구와 용산구로 확대 지정되면서 마무리됐다. 아니 마무리됐다기보다는 더 벗어나기 힘든 규제의 틀에 싸여버렸다. 규제의 자기강화적 경향성이 또 한 번 그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 과정을 면밀하게 복기해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강해진 규제의 틀을 깨치고 시장 정상화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거래가지수에 비해 조사자가 실거래 사례를 관측하고 확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시세지수는 한두 달 후행한다. 주간 실거래가지수로는 작년 12월 말이 저점이었고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반면 주간 시세지수는 2월 초까지 안정세를 유지하다 토허구역 해제 시점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런 부동산원 주간 시세지수의 후행 추이는 일단은 두 가지 오판의 근원이 됐다.

하나는 당시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점치는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시도 토허구역 해제 시점인 2월 초를 시장 안정세로 판단했다. 두 번째는 이미 상당한 상승이 이뤄지고 있던 다른 자치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토허구역 해제의 확산 효과로 오해하게 했다. 다만 송파구와 강남구의 시세 급등세는 실거래가지수로도 강하게 나타난다. 흥미롭게도 두 자치구만 일반적인 후행이 아닌 동행에 가까운 추이가 관측된다. 가격 불안기 주간지수 발표가 특정 시장의 변동을 오히려 자극하고 증폭시킨다는 의혹을 이번에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가격 급등이 퍼지지 않고 두 자치구에서 머물다 누그러질 현상이었으면 토허구역을 확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 토허구역 확대로 그렇지 않아도 반 토막 난 거래량이 더 위축될 것이다. 주택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크지만,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소비와 소득의 연결고리 또한 강하다. 주택 거래는 관련된 세금, 복비, 이사비, 인테리어, 가구 및 가전제품 구매 등 주택가격의 5% 내외의 소비지출을 동반하고, 이는 연계된 산업 종사자의 고용과 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주택시장의 과도한 거래 위축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부작용이 크다.

1970년대 도입된 토허구역이 도심지역에 시도된 첫 사례는 2000년대 초반 뉴타운 사업으로 지분 쪼개기를 이용한 투기가 만연하던 시기이다. 서울시는 당시 180㎡ 이상이었던 주거지역 면적 기준을 20㎡로 축소 적용해 토허구역을 지정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고, 해당 지역의 거래가 급감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 침체와 함께 재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토허구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소유 주택을 팔아야 할 저마다의 간절한 이유가 생겼는데 팔고 나갈 수가 없다는 불만이다. 그런 민원을 못 견딘 서울시는 면적 기준을 180㎡로 환원해 토허구역의 규제 효과를 완화해줬다. 면적 기준의 점진적인 조정이 과도하게 확대된 토허구역의 압력을 서서히 뺄 수 있는 해법일 수도 있다.

국지적인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생기는 시민들의 불평보다는 확대된 토허구역으로 팔아야 할 집을 못 팔아서 생기는 불만이 더 깊을 수 있다. 실거래가 신고돼 모두 쌓이는 4월 말이 돼야 확신할 수 있지만, 토허구역 확대 지정 시점은 이미 송파구와 강남구의 급등 추이가 둔화하는 시기였을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이번 토허구역 해제로 인한 시장 불안이 하룻밤 견디면 사라질 도깨비불이었는지 전국을 태울 산불이었는지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다. 성급한 오판보다는 늦춰진 신중한 선택이 나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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