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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핵심판 이후 대한민국이 갈 길

입력 : 
2025-04-07 17: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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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발전과 민주주의 회복탄력성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제기됐다.

최근의 정치적 후진성과 외부 환경의 위협 속에서 한국은 분권형 권력 구조와 비례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정치의 틀을 혁신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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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만장일치 결론은
미래 권력에 대한 경고
분권형·중임제 등 시급
바꾸지 않으면 다시 파국
사진설명


좁은 회랑, 리바이어던이 되고자 하는 정치권력과 여기에 족쇄를 채우는 시민사회의 팽팽한 균형이 만들어내는 좁은 길이다. 노벨상을 받은 대런 애쓰모글루는 이 회랑으로 진입한 나라가 민주적 선진국이라고 봤다. 1987년 이후 좁은 회랑에 진입한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일본보다도 나은 민주주의를 한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벌어졌다고 생각할 수 없는 계엄령 선포 이후 탄핵심판 선고까지 걸린 123일, 선진국 한국의 발목을 잡은 정치의 후진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한 헌재는 합리적이고 제도적이며 절차적인 권위가 자리 잡으면 심각한 갈등 속에서 통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헌재 선고문에서 강조했듯이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최고 권력자의 헌법 위반을 단죄하는 기준을 다시 확인한 것은 리바이어던이 되고자 하는 미래 권력자에게 경고가 됐다.

그러나 해결할 문제가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끌어들인 권위주의 동맹, 북핵 위협, 글로벌 공급망 해체 등 외부 환경 변화는 퍼펙트 스톰이라 할 만큼 위협적이다. 인공지능 발전, 중국의 기술 추격 등 다가오는 미래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런데 사사건건 격돌하는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첫째, 한계에 다다른 권력 구조를 분권형으로,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 '물태우'를 자처한 노태우 대통령의 야당 존중, 김종필 총리와 협치한 김대중 대통령을 빼고 나면, 2000년대 취임한 대통령 대부분이 자살, 투옥, 탄핵 등 실패를 반복했다. 야당일 때 주장한 정책도 집권하면 반대하고, 심지어는 같은 정당에서 정권을 재창출해도 전임 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집는다. 일단 대권이 정해지면, 미래 권력은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 한다.

둘째, 승자 독식 선거제를 바꿔야 한다. 특히 소선거구제와 결합한 단순 다수제는 비례성과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0.73% 차이로 대권을 쥐고, 득표율 5.4% 차이에도 의석수를 싹쓸이하는 선거로 인해 유권자 절반의 의사는 무시되고, 특정 지역에서는 허수아비도 당선된다 할 만큼 대표성이 없다. 국가 수준 정책을 고민할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고 정당의 정책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 분산을 넘어 과감하게 지방 분권을 해야 한다. 유럽 강소국의 인구는 대체로 500만명에서 1000만명 수준이다. 이에 준하는 광역으로 묶고 재정 및 산업 정책, 대학 육성 등 자율성을 부여해 서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다수결 정치의 횡포로부터 국가 정책의 일관성과 미래를 담보할 새로운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수평적 네트워크로 정부-대학-정당-언론-공공지식인을 묶어낸 핀란드나 싱가포르의 미래 전략은 좋은 연구 대상이다.

어릴 때 입던 옷이 맞지 않으면 바꿔야 한다. 한국의 역량과 품격의 발목을 잡은 뒤처진 정치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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