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리 무시한 트럼프
美 주가폭락으로 되돌아와
오늘부터 미국 관세 폭탄
대미투자 증가 그럴듯해도
협력 붕괴 파장 지켜볼 일
美 주가폭락으로 되돌아와
오늘부터 미국 관세 폭탄
대미투자 증가 그럴듯해도
협력 붕괴 파장 지켜볼 일

주가를 올린 정치는 기대감을 제대로 높인 게 요체였다. 단순 명료하게 말하고 뚜렷한 비전이 있어 보이는 트럼프가 뭘 해도 확실히 해낼 거라는 기대감 말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전 세계에 관대한 큰형 노릇을 하느라 쓰게 되는 돈을 줄이고, 손해나도 넘어가 주는 것만 없애도 미국인이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쉽게 설득했다. 게다가 세계적인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바꾼다니 당장 세금을 덜 내게 될 것 같은 신뢰가 든 것도 있었다.
그런 기대감을 누르고 주가를 떨어뜨린 정치는 경제의 원리를 무시한 게 핵심이다. 대표적인 예가 관세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관세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를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 자유로운 무역이 왜 좋은가는 19세기부터 설명되고 있다. 관세는 이를 통해 국내에 보호해야 할 대상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쓰는 것이다. 다른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감수하고 말이다. 현재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관세 때문에 물가가 다시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금리가 내려가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다. 지금은 관세를 걱정해 트럼프 취임 전후로 미국으로 건너간 각종 재고가 있어 물가를 안정시키는 면이 있다. 심지어 금까지 뉴욕으로 대거 유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재고는 소진될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에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지친 민심이 작용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모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는 광경을 연출하는 것으로 관세 전쟁을 일으킨 목적은 달성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미국의 공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애초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염려할 일은 아니다.
다만 관세로 상징되는 협력체제 붕괴의 파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독일이 안보 강화를 전면에 걸고 파격적으로 빚을 늘리기로 했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재정 건전성 수호자였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더구나 미국 정부가 빚이 많아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많이 보유한 결과 달러화가 세계의 통화로 흔하게 쓰이는 것처럼,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연합이 빚을 늘리면 유로화 유통이 증가하고 통화로서의 힘은 증가한다. 유로화가 달러화 자리를 약간이라도 대체하면 전 세계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만 바라보는 현상도 약해질 것이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힘은 기업가정신이 자유롭게 발휘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대통령이 기업가들을 충성 경쟁시키고 줄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슬로건과 달리 위대함에서 멀어졌다고 느꼈다. 흥미롭게도 중국에서는 정부에 밉보여 모습을 감췄던 알리바바의 마윈이 대접받으며 다시 등장했다. 물론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여전히 중요한 중국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토대를 갖고 있나.
3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된다. 현대자동차가 3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까지 발표했지만 관세 면제나 유예를 받지 못했다. 나라 안팎으로 무도함이 판을 치는 것 같아 지친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경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