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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시니어는 돈을 안 쓴다고?

입력 : 
2025-03-31 17: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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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니어들은 '나를 위한 소비'를 추구하며, 여행과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 60대의 면세점 매출이 76.4% 증가했다는 카드사 보고서와 함께, 시니어 산업이 MZ 세대를 초과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되었다.

따라서, 시니어 시장의 성공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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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시간·재력 갖춘 노년층
나를 위한 소비엔 돈 안 아껴
'뒷방 늙은이' 편견 깨는게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 열쇠
사진설명
"그런데 시니어는 돈을 별로 안 쓰는 것 같은데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반면 "베이비부머는 가장 부자 세대"라는 보고도 있다. 두 가지 상충되는 생각들은 시니어 비즈니스를 개척하려는 사업가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주위 시니어들의 특징을 한 사람의 페르소나로 종합해 보면 이렇다. '어르신 지하철 카드'를 집에 두고 온 그는 유료 지하철 이동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통신서비스는 당연히 알뜰형이며 주유비와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운전은 최소화한다. 그런데 그는 작년에 이탈리아 여행을 했으며, 120만원짜리 큐대로 당구를 친다. 최근에 시작한 파크골프를 위해 한 개에 250만원 하는 클럽도 샀다.

이렇듯 요즘 시니어는 쓸 곳과 안 쓸 곳을 현명하게 구분하는 매우 이성적인 소비를 한다. 아낄 것은 철저히 아끼고, 하고 싶은 일에는 아낌없이 지른다. 현재 시니어들의 소비를 관통하는 핵심 추세는 '나를 위한 소비'이다.

문제의 핵심은 시니어 본인이 아니라 이들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고루한 시각에 있다. 시니어 비즈니스로 지팡이나 휠체어만 떠올리는 재래식 고정관념은 바로 버려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08년 46.9%였던 경로당 이용률이 2023년에 26.5%로 급격히 하락했다. 대신 시니어들은 이제 동호회에 참여하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교육소비를 한다. 국내 한 여행사는 시니어가 여행, 관광 관련 소비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국내 한 카드사에 따르면 2024년 60대의 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76.4%나 증가했다.

한때 극소수였던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제 트렌드를 이끄는 사회 혁신 그룹이 되고 있다. 지력과 체력과 시간과 금력을 보유한 이들은 지금까지의 '무기력하게 스러져가는 노인들'과는 매우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많이 과장하면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신인류'의 탄생이다. 만 68세의 나이에 5895m 킬리만자로 최고봉을 거뜬히 오르며 늘 도전하는 필자의 친구가 그 예다. 한 시즌에 스키를 45회나 당일치기한 친구도 있다. 실버 사회인 야구 리그는 매주 육사야구장에서 더블플레이를 성공시킨다.

그렇다면 시니어들이 실제로 돈을 쓰는가? 그렇다.

이들의 실제 소비 규모는 막연한 추측을 훨씬 뛰어넘는다. LG경영연구원에 의하면 2022년의 5569세대의 총소비는 이미 2539세대의 90%에 달하였다. 2057년에는 2539 소비층의 1.7배로 증가하며 거대한 소비집단이 될 것이라 예측된다. KB국민카드의 2024년 시니어라이프 소비 데이터 분석 결과, 카드 이용금액 증가율은 4년 전과 비교해 2023년에 181%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년 보고서에서 시니어 산업이 MZ산업을 능가할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여행, 운동, 문화생활, 건강보조식품, 식비, 보험, 의료, 애완동물 등이 시니어의 주 소비대상으로 부상된다고 예측했다.

일본의 통신 판매 기업인 센슈카이(Senshukai)에 의하면 시니어는 보수적이며 새로운 것에 관심이 없고, IT에 익숙하지 못하며, 돈을 쓰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마케팅의 성공을 저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식과 같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다. 글로벌 공통으로 보이는 고정관념을 깨는 안목이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자아실현과 즐거움이 수반되는 나를 위한 소비를 열망하는 시니어들은 목말라 있다. '뒷방 늙은이'가 아닌 이들의 적극적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 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한 시니어 마케팅이 핵심 성공요인으로 떠오른다.

시니어 소비파워 시대를 적극적으로 맞이하자.

[이두희 고려대 명예교수·베테랑 소사이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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