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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의생명과학 인재 양성

입력 : 
2025-03-28 17:37:10
수정 : 
2025-03-28 17:38:49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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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의생명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연구 중심 경로와 의학적 지식 교육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의사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과학자들에게 의학적 지식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의 의료·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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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약 25년 전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연구소에서 만난 의사들의 과학적 지식과 연구 역량이 매우 뛰어났다. 둘째, 의사면허가 없는 기초과학 교수들이 깊이 있는 의학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전자의 의사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의사과학자 훈련 프로그램(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 출신으로, 전문적 의료 지식뿐만 아니라 과학적 통찰력과 연구 역량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기초과학자들은 의사가 아님에도 연구 분야의 의학적 지식이 상당했다. 예를 들어 영상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과학자는 의사의 도움 없이도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분석할 수 있었다.

의료·바이오산업은 세계 각국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은 MSTP를 통해 '과학자 같은 의사'를 양성해 의생명과학 분야를 선도하고 있고, 의대·약대·치대·생명과학대·공대 등 관련 분야를 통합해 '의사 같은 과학자'를 육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독일은 독일연구재단(DFG)의 지원으로 헬름홀츠협회와 막스플랑크연구소가 과학자와 의사 간 공동 연구를 적극 지원한다. 일본은 최고 수준의 정부 출연 연구소와 의대 간 겸직을 자유롭게 허용하며, 의사와 과학자 간 협력 연구를 체질화하고 있다. 중국은 석학이 생존하고 있는 경우에도 기념관을 세워 기릴 정도로 연구자를 의도적으로 영웅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의생명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의사들이 연구 중심 경력을 더 많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현재 의대 졸업생 중 연구 중심 경력을 선택한 의사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처럼 4% 이상으로 높이려면 대학병원 의사들이 임상 진료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의사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병원 내에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의학 연구에 관심이 있는 과학자에게 의학적 지식을 쌓을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운영하는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프로그램과 유사한 시스템을 국내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의사과학자 생태계 개발 사업'을 통해 서울대 의대·KAIST, 전남대 의대·GIST, 가톨릭대 의대·포항공대를 선정했다. 미국 HST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국내에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1년의 짧은 기간으로 설계돼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의생명과학 분야에 헌신할 의사와 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업 성적이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한다. 이 우수한 인재들이 일생을 진료만이 아닌 연구에 투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동시에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심오한 의학적 통찰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과학자 같은 의사'와 '의사 같은 과학자'가 더욱 많아진다면, 의료·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다.

[민정준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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