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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정치가 제일 문제

입력 : 
2025-03-28 17:13:12
수정 : 
2025-03-28 19:13:11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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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들이 나라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은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부패와 권력 남용은 사회적 불신을 초래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결국 정치인은 국민의 행복을 우선시해야 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미래 발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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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중학생들 나라 걱정에
기특한 동시에 얼굴이 화끈
정치 최종목표는 국민 행복
정쟁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신뢰받는 정치인 보고싶어
사진설명
얼마 전 전철을 탔는데 옆에선 한 무리의 여중생들 몇몇이 내 옆에서 요즘의 나라 걱정하는 말을 쏟아냈다. 남학생 이야기에 깔깔거리고 웃어야 할 어린 소녀들이 나라 문제로 한숨을 쉬다니 어른의 한 사람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편으론 기특하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 성격이 너무 다른 정치적 구호를 격하게 외치는 사람들 무리를 보면서 하루빨리 국정이 안정돼야 한다는 것은 내 생각만은 아닐 것 같다. 사실 우리 대한민국은 정치 분야가 가장 문제가 많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고 온 산하(山河) 모두 갈가리 찢긴 상태에서 국민이 모든 것을 새로 일궈냈다. 이젠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특별한 나라가 됐다.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들이 할아버지가 돼 한국을 향할 때, 이미 비행기 위에서 서울 시내를 보고는 너무 감격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젊은 시절 자유 수호를 위해 피 흘려 싸운 보람을 느끼며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다. 미국 등 16개국이 병력 파견을, 덴마크 등 5개국이 의료지원을 그리고 바티칸 등 38개국이 물자와 성금을 지원했다. 미군 3만7000명을 포함한 젊은 유엔군 전사자만 4만명이 넘는다. 시간이 흘러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국가로 급성장했다니 생사를 오가며 피 흘리며 전투했던 병사들의 감정은 남다를 것이다.

우리는 늘 오늘 대한민국의 기초를 세워준 이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보통은 정치발전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경제발전이 사회·문화 발전을 견인한다. 물론 그동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수많은 시련을 딛고 발전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분야는 오히려 후진성을 드러내며 다른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政治)는 말 그대로 나라를 다스리는 중차대한 일이다. 민주주의 정당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에 따라 선거로 선택된 대표가 일정한 기간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성실히 해야 한다. 국민도 정치가들의 감시자로서, 정치가들이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와 이익을 챙기는 데 권력을 남용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다음 선거로 심판을 해야 한다.

정치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직업군에서 한참 뒤로 밀리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정치인은 특히 신뢰도가 가장 낮은 직업으로 분류된다. 다른 분야에 비해 정치권은 부패 스캔들과 권력 남용의 여파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물론 정치에 대한 불신을 크게 일으킨다.

나는 정치에는 문외한이지만 대화와 타협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는 이유는 가장 효율적인 타협을 끌어내기 위해서이다. 물론 최종 목적은 나라와 국민의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소통·협력이 부족한 탓에 중요한 결정이 지연되거나 타협이 실종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이 감당할 몫이 된다. 정치인은 자신을 희생해 국민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과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밤늦게까지 국회에 남아 묵묵히 국민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입법을 준비하는 국민의 대표를 보는 것이 너무 지나친 바람인가? 어떤 사람이 맡은 지위가 높고 영향력이 클수록 그의 지적인 능력과 정치적 비전, 도덕적 자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결국에는 알게 된다. 미래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은 투명성과 공정성에 있는데 가장 요구되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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