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충실의무 담은 개정안
소송 남발·경영권 위협 우려
강제 땐 자본시장 혼란 뻔해
소송 남발·경영권 위협 우려
강제 땐 자본시장 혼란 뻔해

이와 달리 주요 8개 경제단체는 일제히 상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현행 상법 제382조의 3에 '주주'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다. 민주당 측은 '주주'라는 단어를 삽입하면 소액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가 발생해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제고되고 우리 자본시장이 선진화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재계 측은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내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돼 기업의 경쟁력이 하락함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 최 권한대행은 한때 이사에게 주주 충실의무보다도 더 강력한 신인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설령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위헌적 요인을 안고 있다. 즉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해 이 금감원장이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임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이유 때문이지 상법 개정만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제가 어떻게 되든 작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상법 개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문제는 '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법 개정을 관철하려 하는가'다. 이 금감원장은 상법이 개정되면 우리 자본시장이 선진화되고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주주에게 이사의 충실의무가 부과되면 대표 소송이 급증하고 투기자본들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단지 국내 상장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받아 기업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이를 감수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법 개정의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봐도 입법 목적이나 입법의 적절성, 피해 최소의 원칙, 비례의 원칙, 법익 균형의 원칙 모두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 될 수 있다.
세상에 어디에도 법률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 다만 판례법을 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원칙을 확대 적용해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판례가 있다.
그러나 이를 일반화해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려 주주가치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인 만큼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좀 더 타당성과 신뢰도를 확보한 후 입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