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흔들고 주주피해 큰 사건
회계적으로 공정 절차가 핵심
검사·피고 입장의 금감원·기업
현재 기업에 불리한 과정 많아
제도개선해 국민 혜택 늘려야
회계적으로 공정 절차가 핵심
검사·피고 입장의 금감원·기업
현재 기업에 불리한 과정 많아
제도개선해 국민 혜택 늘려야

이런 일이 공권력에 의해 자행됐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고 주주나 경영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권리가 민주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먼 듯하다.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회계 관련 보완이 필요한 사항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면 금감원이 조사해 금융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금융위 산하 조직인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한다. 즉 금감원이 검찰, 금융위가 판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혐의를 받는 기업도 재판에 해당되는 감리위와 증선위에 출석해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가지는데, 반론이 있다면 사전에 내용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은 금감원의 정확한 주장이 무엇인지 사전에 알 수 없다. 즉 검사는 사전에 피고의 주장을 받아 준비를 하지만 피고는 검사의 주장이 뭔지 잘 모른 채 법정에 출석하는 꼴이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선 재판처럼 양측이 동일한 시점에 자신들의 주장을 제출하고, 그 제출된 내용이 상대방에게 통보돼야 한다.
둘째, 현재의 제도는 법정에서 피고와 변호인이 퇴장한 후 검사의 반박을 다시 듣고 판결이 이뤄지는 형태라고 비유할 수 있다. 기업 측 관계자의 퇴장 후에도 검사 격인 금감원 측 인사는 감리위 회의에 남아 반론을 제기한다. 이런 기형적 심의 형태를 법정처럼 진행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즉 양측을 대표하는 사람이 서로의 주장을 마치고 동시에 퇴장하고 난 후 위원들끼리 토의를 통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감리위 위원을 독립적인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 감독원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위원들이 종종 있어, 편파적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공정한 판단을 내렸더라도 외부에서 위원회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할 여지를 준다. 실질적인 독립성 못지않게 외관상의 독립성도 필요하다. 판사도 이해상충이나 독립성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 재판에서 빠지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 사건에는 이런 세 가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감리위와 증선위의 결정이 법원 판결에 버금갈 만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법원의 재판 절차에 준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제도를 악용하려는 사람을 모두 막는 완벽한 제도란 없다. 그렇더라도 제도의 개선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바람직한 사회가 되고 이런 황당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바란다. 그 결과 자본시장과 기업이 발전하고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일부 해소된 결과, 기업의 주주나 직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이 재판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