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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의 경영과 사회] 제2의 삼바 사건 막으려면

입력 : 
2025-03-17 17: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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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주주와 경영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회계 제도의 보완 필요성이 강조되며, 금감원의 조사, 감리위와 증선위의 심의 공정성, 그리고 독립적인 위원 구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원론적으로 감리위와 증선위의 결정이 법원 판결과 유사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재판 절차에 준하는 공정한 제도 설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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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흔들고 주주피해 큰 사건
회계적으로 공정 절차가 핵심
검사·피고 입장의 금감원·기업
현재 기업에 불리한 과정 많아
제도개선해 국민 혜택 늘려야
사진설명
1,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조작하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분식회계를 행했다"는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가 이 사건의 시작인데, 논란이 된 회계처리는 합병 여러 달 후 이뤄졌으므로 합병비율과 관련이 없다. 회계처리에 대해 조사했던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발표까지 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견해를 바꿨고, 심의와 재판 과정에서 처음 주장하던 분식회계의 이유가 틀렸다는 것이 드러나자 논리를 거의 반대로 바꿔 다시 분식회계라고 주장했다. 이러니 내막을 아는 많은 회계사와 학자들이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진 금감원의 조작'이라고 반발했던 것이다. 겁박이나 회유를 통해 반발하는 전문가들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논란이 발생하자 주가가 폭락해 주주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런 일이 공권력에 의해 자행됐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고 주주나 경영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권리가 민주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먼 듯하다.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회계 관련 보완이 필요한 사항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면 금감원이 조사해 금융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금융위 산하 조직인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한다. 즉 금감원이 검찰, 금융위가 판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혐의를 받는 기업도 재판에 해당되는 감리위와 증선위에 출석해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가지는데, 반론이 있다면 사전에 내용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은 금감원의 정확한 주장이 무엇인지 사전에 알 수 없다. 즉 검사는 사전에 피고의 주장을 받아 준비를 하지만 피고는 검사의 주장이 뭔지 잘 모른 채 법정에 출석하는 꼴이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선 재판처럼 양측이 동일한 시점에 자신들의 주장을 제출하고, 그 제출된 내용이 상대방에게 통보돼야 한다.

둘째, 현재의 제도는 법정에서 피고와 변호인이 퇴장한 후 검사의 반박을 다시 듣고 판결이 이뤄지는 형태라고 비유할 수 있다. 기업 측 관계자의 퇴장 후에도 검사 격인 금감원 측 인사는 감리위 회의에 남아 반론을 제기한다. 이런 기형적 심의 형태를 법정처럼 진행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즉 양측을 대표하는 사람이 서로의 주장을 마치고 동시에 퇴장하고 난 후 위원들끼리 토의를 통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감리위 위원을 독립적인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 감독원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위원들이 종종 있어, 편파적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공정한 판단을 내렸더라도 외부에서 위원회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할 여지를 준다. 실질적인 독립성 못지않게 외관상의 독립성도 필요하다. 판사도 이해상충이나 독립성 위반 가능성이 있다면 재판에서 빠지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 사건에는 이런 세 가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감리위와 증선위의 결정이 법원 판결에 버금갈 만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법원의 재판 절차에 준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제도를 악용하려는 사람을 모두 막는 완벽한 제도란 없다. 그렇더라도 제도의 개선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바람직한 사회가 되고 이런 황당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바란다. 그 결과 자본시장과 기업이 발전하고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일부 해소된 결과, 기업의 주주나 직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이 재판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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