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서 싸우라는 바둑 격언
정치도 큰 곳 향할 리더 절실
역대 대통령 해외 개척 중시
다시 감동적 외교행보 나오길
정치도 큰 곳 향할 리더 절실
역대 대통령 해외 개척 중시
다시 감동적 외교행보 나오길

그는 이런 정신으로 북방 외교를 개척했고 중국, 러시아와 수교해 그 방대한 시장에 우리가 발을 들여놓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유엔에 가입했고, 인천공항을 착공해 한국의 관문을 열었다.
반면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중 개혁과 변화를 주장하면서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세계화를 영어로 'SEGYE HWA'라고 쓰는 등 소위 '한국적 세계화'를 주장하다가 결국 외환위기를 맞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반도는 대륙의 끝자락이 아니고 대해로 나가는 출발지라 했다. 그는 상인의 개척 정신으로 큰 바다에서 이겨 나가자고 했고, 그 정신으로 수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독려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진영 논리를 초월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일본과도 실리적 외교를 했다. 기업의 대외 투자를 지원하는 한국투자공사 설립 때도 '대기업 지원'이라는 지지 세력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밖에서 벌지 않으면 어떻게 삽니까' 하면서 밀어붙였다. 그렇게 정부 초기에 국민이 지녔던 걱정을 불식하고, 임기 중 최고의 수출 신장과 빠른 외환보유액 축적을 이뤘다.
이명박 대통령은 타고난 기업인이자 시장 개척자였다. 모두 엄두도 못 냈던 모래폭풍의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서 원전 수출을 성사시켰다. 그것도 프랑스에 다 넘어간 것을 실권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 나라의 시를 그 앞에서 암송도 하면서 마음을 얻어 역전시켰다. 미국 대통령과 카트를 몰면서 골프를 치며 정상 간 친교를 다진 것도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훨씬 전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회의 때마다 글로벌을 말하며, 심지어 농담으로 글로벌의 한글 번역을 '반성문'이라고까지 하면서 한국의 글로벌화는 반성을 통해 한 단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어·프랑스어 등 외국어 능력 등의 개인기를 발휘해 양자 간, 다자간 정상 외교에서 호감과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그 후부터 한국은 그야말로 'Domestic Korea'로 바뀌었다. 'K'자 붙이고 문화, 화장품, 방산 등이 한국 브랜드를 키워 가고 있는 때에, 호강에 겨워서인지 정쟁은 커지고 사회는 분열됐다. 이제는 거의 국지전, 귀퉁이 집 지키기, 즉 쌈지 뜨기 수준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무지막지한 칼춤을 추고, 중국은 이미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술력으로 우리를 앞서가며, 인공지능(AI)은 인간을 초월하기 시작하는 등 한 번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럴 때 어느 정치인 하나라도 미국 등 해외에서 발품을 팔아 가며 국익을 위한 감동적 외교 행보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양쪽 정당의 어느 쪽으로부터도 격랑의 대해 속에서 살길을 찾아보자는 정책을 들어보지 못했고, '이불 속 호랑이'들의 전투만 치열하다.
글로벌 지수로는 필적할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든 한덕수 국무총리도 계속 묶여 있다. 청년 일자리 25만개를 매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할 때,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뿌려주는 선심이나 쓰겠다고 한다. 첨단 분야에서 조금 더 일하게 해달라는데 법적으로 못하게 하는 나라다.
나라가 힘이 없으면 국가원수가 모욕을 당하는 사례를 우리는 현재 보고 있다. 선진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청년 세대의 눈은 이념보다 세계와 미래에 있고, 대해의 항로를 비춰줄 지도자를 찾고 있다. 간절한 그들이 필요한 선택을 할 것이다.
[조환익 국민대 교수·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