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으로 보면 고대 인더스의 하라파나 메소포타미아의 예리코 등 문명의 발상지에서 제사와 통치를 위한 시가지가 조성됐고, 동서양의 왕조시대에는 흥망과 천도를 거듭하며 통치와 방어의 목적으로 수많은 신도시가 건설됐다. 일찍이 로마는 정복지에 통치와 방어 및 교역 기능을 구분해 500여 개의 신도시를 건설했는데, 오늘날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도시 대부분은 로마시대에 건설된 신도시에서 기원한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도 정복지를 따라가며 '알렉산드리아'라는 신도시 70여 개를 건설했는데, 토착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교통망도 미비해 대부분 사라졌으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등 두세 개만 남아 있다. 이후 11세기 말 십자군 2차 원정 때부터 튀르키예가 예루살렘으로 가는 육로를 막자 지중해의 해상항로 집결지인 베네치아와 제노바·마르세유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형성됐다. 이들 신도시에서는 폭증하는 군수품 제작을 위해 도제식 생산방식이 분업 체제로 전환됐는데, 이것이 증기기관으로 연결되면서 영국의 산업혁명이 촉발됐고, 영국 버밍엄이나 독일 아헨 등 유럽에 수십 개의 산업도시가 생겨났다. 이후 20세기 들어서는 런던과 파리, 도쿄 등에서 인구 집중에 따른 주택 부족으로 주거형 신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근세 이전의 도시 구조는 통치와 교역 및 방어 목적에 따라 다르다. 통치 목적의 도시는 주로 성곽과 해자 등으로 둘러싸인 중심부에 왕실과 행정 및 종교 기능을 배치하고 그 주변에 지배계층 주거지와 상업 기능을, 외곽에는 서민 주거지와 농경지 등을 배치한다. 교역 목적의 도시는 도시 중심부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행정기능과 보다 큰 교역 기능이 자리 잡고 그 외곽으로 주거 기능을 배치했으며, 방어 목적의 도시는 공격이 어려운 배산임수의 입지에 두 겹 또는 세 겹의 성곽을 쌓고 모든 기능을 성곽 안에 배치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대학도시들도 생겨났는데, 스페인의 살라망카나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노르웨이의 웁살라가 대표적이다.
중세부터 근세까지 큰 변화가 없었던 도시 구조는 1990년대 초 미국에서 뉴어바니즘이 태동하며 변화를 맞게 되었다. 기능별 배치와 교통 통신망의 연결이라는 단순한 도시 구조는 인간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도시 구조로 변화되기 시작했는데, 동일 생활권으로 대표되는 '근린주구'라는 개념이 강조되면서 대생활권 위주의 도시 구조가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며 인간적 친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중소생활권으로 구분되고, 대중교통 중심의 전원형 자족도시를 지향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비쿼터스 도시를 지향하기 시작했으며, 토지의 집약적 이용이 불가피한 인구 밀집 도시에서는 기능을 축약하고 통합한 콤팩트 시티라는 개념도 도입되고 있다. 앞으로 드론과 재택근무, 인공지능(AI)의 확산 및 가족 행복과 전원 지향 추세가 도시 구조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기대된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