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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인구위기 시대의 대학

입력 : 
2025-02-23 17:09:21
수정 : 
2025-02-23 22: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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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은 세계적인 인적 자본 투자로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나, 현재 OECD 최저 출산율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과도한 입시 경쟁과 불평등한 교육 기회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으며, 대학은 이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대학은 실무 교육과 고령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변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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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자본 투자로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거시경제학의 대가 로버트 루커스 교수의 분석이다. 세계가 한국 경제의 원동력으로 주목했던 한국 교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출산율이라는 강진 앞에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중고 학생 수는 502만명으로 1970년 1000만명에서 절반이나 줄었고, 2040년이면 지방 대학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간 한국 교육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사교육비 증가, 교육 기회 불평등 등 부작용을 낳았고 이는 불평등 재생산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현재의 입시 방식이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른 진학률 격차를 심화한다며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등 입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적 중심의 선발이 학생의 잠재력을 반영하지 못하고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균형선발제의 성과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24년 2월 서울대를 졸업한 지역균형전형 학생들의 평균 졸업 평점은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일부 대학이 시행 중인 다자녀가정 전형도 주목할 만하다. 다자녀가정 출신 학생들이 뛰어난 사회성으로 학습 공동체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학업 성취도도 더 빠르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성적순 선발'에 의문을 던진다.

해외 유수 대학들은 '기회의 사다리'로서 다양성과 기회 평등의 기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일례로 MIT는 잠재력이 높은 학생을 선발해 우수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결과 입학 전 가구 소득과 비교해 졸업 후 본인의 소득 수준이 미국 어느 대학보다도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교육의 혁신도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으로 대표되는 산업 변화에 대학이 대응하지 못하면서 취업 준비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대학 졸업이 늦어질수록 결혼과 출산도 늦어져 저출생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에 대학은 기업과 협력해 실무 교육을 강화하고 조기 취업을 유도해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800시간씩의 전공 교육과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키우는 삼성의 '싸피(SSAFY)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을 제공하면 불필요한 스펙 경쟁을 줄이고 청년들이 더 빠르게 사회로 나가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고령화 문제에서도 대학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넓은 용지와 교육·의료 인프라 등 대학의 자원을 활용해 고령층을 위한 교육 및 생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대학은 '초고령사회'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또 고령층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평생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대학은 교육기관을 넘어 사회 변화를 이끄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 대학 스스로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며 실천하고, 정부는 이를 돕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저출생 시대, 변화만이 살길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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