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ECD 최고 갈등국가
개헌 논의 국회특위 구성해
새로운 체제로 전환 나서야
개헌 논의 국회특위 구성해
새로운 체제로 전환 나서야

그에 따른 처방으로 우리는 선거 때마다 물갈이가 최선인 양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바꿔왔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교체율은 거의 50%대(최근 19·20·21대 총선)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여야 간 대립과 갈등 정치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한국 정치가 심각한 중증 암환자 수준인데도, 그저 선거를 통해 인물과 정당만 교체하는 한시적 진통제 처방을 하는 데만 그쳤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우리 정치는 여야가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고, 선거의 승자는 전리품을 챙기듯 권력을 독점하려 하고, 패자는 내내 다음 선거를 위한 투쟁에 나선다. 현행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는 '선출된 군주'로 군림하며 승자독식 구조와 맞물려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한 이상의 초월적 권력을 행사하는 속성 때문에 각종 이권이 모이고 결국 권력형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교법적 측면으로 살펴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불과 대여섯 나라(한국, 미국,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분권형(이원집정제) 또는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통령제를 취하는 나라 중 연방국가로 권력 분산이 철저한 미국을 제외하면 성공한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미국도 요즘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갈등 국가라는 점이다. 남북 분단도 모자라 보수·진보, 여야, 동서, 노사 등 곳곳에서 진영 싸움이 죽기 살기로 일어나고 있다. 화합과 포용, 통합은 요원하기만 하다.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갈등이 많은 나라의 권력 구조에 대해서는 아런트 레이파르트라는 학자가 '분열된 사회를 위한 헌법 구조'라는 논문에서 다수자(Majority)에 의한 소수자(Minority) 배제가 오히려 더 큰 갈등과 불안정을 야기하기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협의민주주의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갈등 국가인 대한민국은 87년의 낡은 갈등 유발형 정치 체제에서 협치가 가능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다.
다만 여야 합의 없는 개혁은 또 다른 정치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 차기 대선 후보의 공약이나 여야 합의로 문제가 많은 선거법, 정당법과 '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논의하는 국회 특위를 구성해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공화국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우윤근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 전 주러시아 특명 전권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