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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한국이 IT강국이라고?

입력 : 
2025-02-05 17:22:23
수정 : 
2025-02-05 18:56:30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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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주식시장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큰 폭 하락하며, 한국의 AI 생태계에서 구조적인 위험이 드러났다.

중국이 AI 분야에서 혁신 국가로 부상하면서 한국은 기초 연구보다 응용 기술에 치중해 있으며, 이로 인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AI 기술의 도입이 가속화되지 않으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점차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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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생태계 미적대던 사이
중국은 AI 혁신국가로 발돋움
AI 수출국·수입국 기로 선 韓
금융 의료 제조업 등 전반서
AI 경쟁력 빠르게 끌어올려야
사진설명
설 연휴 후 주식시장은 딥시크(Deepseek) 뉴스에 큰 폭의 하락으로 시작했다. 일부 기업의 미시적인 위험이 주식 시장 전체를 흔드는 거시적 위험으로 전이되는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AI 생태계에서 한국이 밀리고 있다는 구조적인 위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딥시크의 등장이 충격적인 이유는 그동안 후발주자로만 생각했던 중국이, 우리를 앞지르고 심지어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데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중국이 단순히 기술을 복제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AI 생태계에서의 혁신 국가로 등장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5000억달러의 스타게이트 투자를 유치했다고 기세등등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성의 계기라고 표현한 것도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신흥국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리라.

IT강국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게도, 우리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AI는 미국이 주도한다는 인식과 막대한 자본을 감당할 수 없다는 AI 패배주의에 젖어 안주했던 사이 중국이 혁신적인 성장을 이뤄낸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강력한 산업정책이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와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통해 AI를 국가 핵심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68% 수준의 연구개발비 예산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에 집중투자하며 AI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인재풀을 형성했다. 딥시크 연구진이 대부분 중국 내 대학 출신이며 핵심 엔지니어는 2030세대의 우상으로 떠오른다고 한다. 상당수의 AI인력이 학부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학원의 수준이나 연구자에 대한 대우가 현저히 떨어진 이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등록금 동결이 먼저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혁신과 기초연구를 중시하는 기업가정신이다.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은 회사의 목표가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AI 생태계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혁신은 호기심과 창의적인 야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딥시크의 성공은 결국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연구자들의 노력과 이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결실을 맺은 사례다. 한국은 기초연구보다는 응용기술에 집중하고 연구개발(R&D)의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면서, 장기적인 AI 혁신을 놓치고 있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성장을 회복시킬 길은 생산성밖에 없다. 생성형 AI가 각광을 받는것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다. 비용효율성이 높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기술의 도입은 가속화될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융, 의료, 제조업, e커머스, 콘텐츠, 자율주행 산업 등 도메인 영역에서 AI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AI응용 기술과 인재 양성에 실패한다면, IT·금융·제조업 등 전반적인 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도태될 수 있다.

AI를 도입하려는 기업과 관심 없는 기업의 차이는 앞으로 크게 벌어질 것이다. 수출주도 모형이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내수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을 듣기에는 시장 규모는 너무나 작고 AI의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AI 기술을 수출하는 국가가 될 것인지, 수입해서 쓰는 국가가 될 것인지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은 빠르게 지나간다. 여야 정쟁으로 'AI 기본법' 표결에 4년이 걸렸다고 한다. 반도체특별법도 표류 중이다. 이런 속도로는 '따라잡기'도 벅차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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