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등 협력기회 열려있어
기업·산업 사이 담장 허물고
한미 윈윈하는 전략 찾아야
기업·산업 사이 담장 허물고
한미 윈윈하는 전략 찾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내내 기후위기 대응을 '신종 녹색 사기(green new scam)'라고 비판했다. 취임 첫날에만 미국 우선 무역정책을 포함해 행정명령 100건에 사인했으며, 리버티 볼(Liberty Ball)에 와서도 석유는 '액체 황금'이라고 언급했다. 의회의 생각이 궁금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등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직격탄이다.
이제 대미 통상정책은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한다. 보조금 중단 행정명령과 법원의 보류 결정으로 혼선이 시작됐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일자리 창출 기여는 그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일 뿐이다. 새로운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조선업의 러브콜처럼,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산업에서 틈새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 보편관세 정책 등으로 우리 수출은 448억달러 정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폭풍 속에서 우리의 원칙은 무엇일까? 사소취대(捨小取大)의 원칙 그리고 능동적 전략이다. 그 전략 중 하나는 경제를 경제만으로 풀지 말자는 것이다. 안보를 비롯한 제 영역을 큰 틀로 놓고, 규칙을 기반으로 한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간 밀접한 협력이나 정보·인식 공유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별·산업별 담장은 결코 궁극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은 늘 북새통이고 고생스러웠지만, 이번에도 방미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한파로 600여 명만 참가하는 의사당 내 로텐더홀로 장소가 바뀌어 상·하원의원과 각국 대사 이외에는 누구도 참석할 수 없었다. 다만 캐피털원 아레나 경기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취임식을 보고, 후에 현장 연설을 들을 수 있었다.
저녁이 되니 3개의 공식 무도회와 17개의 비공식 무도회가 동시에 열린 워싱턴 시내는 곳곳이 보안으로 통제됐다. 그 불편함에도 볼(Ball) 기금 모금액만 2억5000만달러(약 3627억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세를 가늠할 수 있었다.
취임식 이후 이틀간 의회로, 싱크탱크로 바쁘게 뛰었다. 물론 백악관에 입성하기로 예정된 측근들과 비공개 면담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언급한 만큼 남북 간 핵 균형, 나아가 북핵 폐기를 위한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도 절실히 설득했다. 일부 정치인이나 주요 싱크탱크 관계자들에게서 제법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다행이었다.
상하원을 장악한 트럼프 2기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두 가지 아쉬움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부재와 북·중·러를 멀리한 가치외교정책까지도 탄핵 사유로 삼으려 했던 야당의 존재다. 미국의 신뢰 없이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불가할 것이니 '국익 First, 국민 First'를 위한 길이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본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