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혼란 매몰되기보단
고령화·지정학·환경문제 등
중장기 변화에 대응 나서야
고령화·지정학·환경문제 등
중장기 변화에 대응 나서야

이런 경우, 당장 정확한 상황 예측보다는 신속한 대응 능력을 키우면서 불확실성을 관통하는 확정된 메가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롤랜드버거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메가트렌드 2050'에서는 인구와 사회, 지정학, 환경과 자원, 경제와 산업, 기술과 혁신, 그리고 보건과 의료 등 포괄적인 6개 분야에 걸쳐 2050년까지의 메가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고령화, 생산인력 부족, 지역 간 인구 이동의 증가, 특히 환경문제로 인한 인구 이동도 예상된다. 글로벌 자유무역과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국가 간 새로운 연합체들이 등장하며, 환경문제가 대다수 정부들의 가장 큰 위험으로 대두할 것이다. 생물학적 종의 다양성 감소, 물, 식량 및 주요 원자재의 부족, 그리고 글로벌 자유무역과 공급망이 제한되는 추세가 지속되며 세계 경제의 중심이 현재의 서방 세계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다. 기술과 혁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제약, 소프트웨어·AI 영역의 다양한 첨단 기술에서 배타적 미·중 권역의 패권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질병의 근원적 치료를 위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며, 도시형 생활습관과 고령화로 인해 침해성 질병, 비만, 정신질환이 꾸준히 증가하고 이들의 케어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메가트렌드를 이해하고 단기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바라보면, 불확실성에 매몰되는 것에서 벗어나 불확실성을 적당한 시간 프레임 안에 가둘 수 있는 전략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산업전략도 국내외적으로 야기되는 단기적 혼란 너머의, 메가트렌드로 가시성이 확보된 미래를 바라보며 준비돼야 한다. 얼마 전,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바이오, 전자 등을 축으로 하는 하이테크 산업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언급한 내용을 보았다. 우리나라 국가산업전략의 가이딩 비전으로서 많은 전문가들이 그와 의견을 같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애쓰모글루 교수는 대기업 중심 경제시스템 대신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대신하는 경제시스템보다는, 대기업이 하이테크 스타트업의 세계화를 돕는 생태계로서의 경제시스템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과 엘지 모두 전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인공지능과 바이오를 미래 사업으로 보고 투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하이테크 스타트업의 수요기업 생태계로서 역할을 해주어야 스타트업들은 단기적 생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고, 대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기술혁신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 대기업 경제시스템과 스타트업 경제시스템이 상호 보완적으로 정립돼야 우리 스타트업들도 대기업 같은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산업과 기업들은 불확실한 국내외 정세 가운데 지속 성장이라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불확실성은 전략적 인내의 시간 속에 가두고 그 너머를 바라보자.
[이수성 롤랜드버거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