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가 되면 언제나 전 세계의 이목이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쏠린다. 글로벌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자기만의 기술력을 뽐내는 도전과 혁신의 장이 펼쳐진다. 197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니스 가보르는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CES는 바로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현장이다.
올해 CES 2025는 ‘DIVE IN(몰입)’을 주제로 한층 진화한 인공지능(AI) 시대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제 AI는 표면적 확산을 지나 모든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본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자리 잡았다. 필자가 2017년 CES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아마존의 ‘알렉사 쇼’라고 할 만큼 AI와 음성인식 기술에 열광했다. 올해는 젠슨 황의 ‘엔비디아 쇼’라고 할 만하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플랫폼 ‘코스모스’와 개인용 슈퍼컴 ‘프로젝트 디지츠’를 공개하며, GPU를 넘어 로봇·자율주행 등 AI 종합플랫폼 기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로 대표되는 AI 기본 기술의 혁신과 함께 이를 활용한 로봇·모빌리티, 공간 컴퓨팅, 토탈 헬스케어 분야에서 빠르고 거대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AI에이전트는 개인화된 맞춤형 실행 역량을 갖추며 AI홈에 본격 적용됐다. 보안성과 저전력을 요구하는 온디바이스AI가 주목받은 가운데 딥엑스, 리벨리온, 마음AI 등 우리 기업이 특화된 NPU와 모델을 선보이면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한편, AI와 로봇이 결합된 휴머노이드는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퀄컴과 연계해 약진했다. 자율차 경쟁은 운송 외에 농업, 플라잉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AI기술이 더해진 더욱 현실감 있는 공간컴퓨팅과 함께 슬립테크, AI거울과 같은 토탈 헬스케어도 관심을 끌었다. 또한, 양자컴퓨팅 기술이 CES에 처음 등장하면서 앞으로의 혁신을 예고했다.
CES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 전체 생태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혁신 플랫폼이다. 우리 기업들이 전체 46%인 216개의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혁신의 양과 질 모두에서 인정받았다. 그 의미가 크다. K-팝과 K-드라마가 유튜브, 넷플릭스를 통해 한류 열풍을 일으켰듯, K-디지털 역시 CES 플랫폼을 타고 세계로 더 나아갈 것이다.
글로벌 AI 경쟁은 AI모델을 넘어, 반도체·SW·디바이스·서비스는 물론, 피지컬AI까지 확대된 ‘SW·HW 풀스택 경쟁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도 AX시대 핵심 엔진인 AI모델·AI반도체·양자기술과 함께 필수 인프라인 6G·사이버보안 분야의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된 과기정통부의 1조원 규모의 범용인공지능 개발과 민·관 합작으로 4조원 이상이 투입될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은 ‘AI G3’ 도약의 초석이 될 것이다. CES에서 우리의 잠재력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K-디지털의 담대한 도전을 기대해 본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