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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분리

입력 : 
2025-01-13 17: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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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한국의 정치 및 경제에서 느끼는 혼란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안정성을 위해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미국 연준의 사례를 들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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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고용 책임지는 美 연준
역할 큰 만큼 독립성도 확실
한은에도 권한·책임 더 부여
정치에 휘둘리지 않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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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령을 기습 선포했다. 이후 12월 4일 새벽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약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해프닝이었지만, 한 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 영역에서뿐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의 충격과 혼란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그리고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향후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국가에서 대통령의 부재와 차기 대선 시기와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경제 상황의 진전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어렵게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은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경제 시스템 구축의 절실함을 느낀다. 우리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같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경제 운용 주체를 가질 수는 없을까?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 성장·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재정정책을,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만을 고수해 정부와 엇박자를 낸다거나, 혹은 이를 빌미로 한 정부의 간섭이 정부와 중앙은행 간 건전한 견제와 조화를 그르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찍이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미 의회는 연준에 '물가 안정'과 함께 '최대 고용'의 책무를 부과했다. 사실상 고용 안정으로 포장된 경기 부양의 책임과 권한을 연준에 부여한 것이다. 뉴스에서 보면 한국은행이나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발표에서와 달리, 미 연준의 발표에서는 물가상승률에 더해 실업률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이다.

경우에 따라서 서로 상충할 수도 있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적 책무를 수행함으로써 미 연준은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즉, 그러한 이중적 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바탕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의 정치권력 이동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대등하게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미 연준과 달리 일본은행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무성 자회사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정치권력에 종속돼 있다. '세 개의 화살'을 적중시켜 일본 경제를 장기 불황으로부터 탈출시키겠다는 아베 정권은 일본은행을 아베노믹스 첫 번째 화살의 선봉장으로 활용했다. 비록 예상치 못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덕분이긴 하지만, 물가상승률 2%라는 본연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실질임금 인상) 적중 이후로 본격적인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을 미루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이후 총리들의 지지율이 지극히 낮은 상황에서 세 개의 화살 적중 후 출구전략이라는 당초 기획된 수순을 단축하거나 이탈할 수 있는 동력이 없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설전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는 일본 역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일각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대통령제 대신 의원내각제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변화구보다는 합목적적 돌직구가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의 분산에 대한 논의는 어떤 권한을, 어떤 기구에 부여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특히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경제 체제를 갖추고자 한다면, 중앙은행에 더 확대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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