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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혁신은 혼란 속에 온다

입력 : 
2025-01-05 17:09:32
수정 : 
2025-01-05 17:15:59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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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은 디지털 기술 혁명이 일어나는 현재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과 규제기관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혁신을 추구하고,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후퇴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는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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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슘페터가 자본주의를 이끄는 힘이라고 설파한 '혁신'은 디지털 기술로 대전환이 일어나는 요즘 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혁신을 실행하고 있는지 평가해 볼 때다. 디지털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을 하고, 규제기관 설득과 제도화 노력도 해본 경험에 기초할 때 평가는 낮을 수밖에 없다.

혁신을 잘 정리된 정답의 형태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앞선 기업이나 나라가 사업 모델을 만들고 제도를 정립하면 빨리 따라 하겠다는 태도다. 기업의 경영진이 투자를 하되 손해를 보지 말고, 신사업은 하되 위험은 감수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면서 혁신을 강조한다면 어떻게 될까.

슘페터가 정립한 '창조적 파괴' 개념 자체가 기존 시장이 파괴됨에 따른 혼란을 직시하고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기관은 가상자산 사업이나 차량공유 서비스 같은 혁신 서비스가 등장할 때 이용자의 후견인 같은 보호, 시장 건전성 유지, 사고 방지 등에만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가상자산이 자산과 금융산업을 혁신하고 차량공유가 기존 택시제도의 문제점을 혁신할 여지가 있다면, 새 서비스에 대한 존중과 투기 방지나 택시 운전사의 어려움 해소를 균형 있게 취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에 근거한 시장은 글로벌 단일 시장으로 수렴해 기업과 국가도 혁신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사업하고 규제해야 한다. 기업과 자본은 유능한 기술자와 시장을 찾아, 개인은 더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찾아 국경을 넘나든다. 챗GPT,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이용자는 서비스 제공자의 국적에 관심이 없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은 특정 국가에 소재하지도 않으며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이 국적 없는 탈중앙화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기업이 국경 내의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면 지속성장이 어렵고, 정부가 혁신의 부산물인 불법행위, 기존 및 신사업자 간 충돌 등 혼란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차단하는 데만 초점을 둬 자국 기업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외국 회사의 진입도 통제한다면 그 국가는 혁신 추구 기업을 몰아내게 된다.

기술은 장려하되 사업은 규제한다는 이원화도 문제다. 반도체 기술이 중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지만, 보조금 지급이나 주 52시간 근로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지만 블록체인 토큰이 게재된 서비스는 억제한다는 이원화는 토큰화가 주는 혁신을 밀어내게 된다.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가 그를 포용하는 제도 정립으로 꽃핀 대표적 예는 회사 제도다. 증기기관과 대항해술로 생산성이 발달했지만, 다수 투자자로부터 대량 자본을 조달해 수익을 분배하는 새로운 법인 격을 인정하고, 주주들은 출자금 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회사 제도가 자본주의를 꽃피게 했다. 초기 주식회사가 투기와 사기의 대상이 되고, 초기 인터넷이 불법 음란물과 지식재산권 침해로 얼룩졌지만, 제도로 정립해 혁신을 세상에 선사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웹3.0 도입 정책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육성하고 그에 걸맞은 제도를 수립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도 넓고 긴 시야에서 제도화를 고민해야 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유지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도 퇴행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의미를 새겨볼 때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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