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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시평] 노벨 경제학상과 한국의 포용적 경제 제도

입력 : 
2024-11-03 17: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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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국가 번영과 소득 격차에 제도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대런 애쓰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등 세 명의 교수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저축, 투자, 기술 발전을 촉진해 장기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특히 한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고도 성장을 해온 국가이고 노벨상 수상자들도 한국을 북한과 대비해 포용적 제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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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질적수준 여전히 미흡
尹정부도 구체적 성과 안보여
불필요한 규제 과감히 줄이고
기업가정신 적극 북돋워가며
창의적 경제 성장 이끌어내야
사진설명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국가 번영과 소득 격차에 제도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대런 애쓰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등 세 명의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후진국이 '착취적 경제제도'와 권위주의 정치로 인해 선진국보다 경제 발전이 뒤처진다고 주장한다. 착취적 경제제도는 개인 재산을 국가가 적절한 보상 없이 강제로 빼앗으며 특권 귀족이 지배한 중세 시대나 현재 북한이 해당한다. 반면 '포용적 경제제도'는 개인 소유권을 보장하고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들은 포용적 제도가 모든 국민이 자기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부를 추구하며 투자와 기술 발전을 촉진해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자가 제도와 경제 발전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왔지만, 두 요소가 동시에 변화할 때 둘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국민이 더 좋은 제도를 원해서 포용적 제도가 도입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이론과 통계 자료로 제도가 국가의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분석했다. 2002년 논문에서 피식민지 시기에 도입된 제도가 여러 나라의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쳐서 현재의 소득 격차가 발생했음을 보였다. 가령 페루, 콩고는 나쁜 기후와 질병으로 유럽 국가가 정착해 개발하기보다는 자원을 착취하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경제 발전이 밀렸다. 반대로 미국, 호주의 경우는 영국의 자국민이 이주해 본국의 포용적 제도를 도입해 경제 성장이 빨랐다.

물론 경제 발전이 경제제도 하나로 결정되지는 않고 자원, 노동력, 정책 등도 중요하다. 포용적 정치제도(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의 관계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저축, 투자, 기술 발전을 촉진해 장기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특히 한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고도 성장을 해온 국가이고 노벨상 수상자들도 한국을 북한과 대비해 포용적 제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한국이 포용적 경제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경제제도의 질적 수준에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흡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경제 자유도 평가에서 한국은 전체로는 세계 45위, 정부 부문은 102위로 매우 낮다. 정부지출이 많고 최고세율이 높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정부 효율성을 낮게 평가했다. 정부 보조금이 많고 공기업 비중이 크다고 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도 한국은 정부 규제가 많고 정책의 변화가 심하다고 평가했다. 이들 국제기관은 한국에서 사유재산권과 경제적 자유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규제가 심하다고 평가한다.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는 불필요한 개입과 규제를 줄이고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모든 국민이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 혁신 역량을 키우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을 북돋아주어 창의적인 경제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연금, 고용, 교육, 의료의 4대 개혁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개선은 미흡하고 개혁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찾기 어렵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실종되고 경제 활력은 약화됐으며, 대외 경제·안보 위험은 커지고 있다. 이제 정부 부문 개혁을 우선하면서 4대 개혁에 힘써서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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