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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글로벌포커스] 중국에 대한 美·獨의 정반대 접근법

입력 : 
2024-04-16 17: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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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의 과잉생산 직격
산업과 공정경쟁 교란 경고
獨, 우리처럼 제조업 비중 높아
中과 파트너십 강화 제안
최대 무역시장 선점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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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후속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신에너지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는 것이 미국의 우려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옐런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는 무역수지, 기술패권, 디리스킹에 이어 과잉 생산 억제라는 새로운 전선이 추가되었다.

중국의 과잉 설비와 과잉 생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스스로가 그동안 과잉 설비에 따른 좀비기업과 부실채권 증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2017년부터는 공급 측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낙후 설비 도태에 나서 2017~2021년 기간에는 한때 광공업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이 추세를 재역전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였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이후 부동산 버블 연착륙 노력에 나섰다. 헝다 같은 대기업이 파산해도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 부동산 투자 위축의 빈자리를 메운 것이 바로 제조업 설비투자였다. 미·중 분쟁과 코로나19 과정에서 대두된 공급망 안정화와 경제안보 논리도 제조업 확대를 정당화했다.

지난 3월 7일에는 '대규모 설비 개선과 소비재 교체 행동계획'이라는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절감, 탄소 배출 감소, 산업 안전 강화, 디지털화를 목표로 제조업 설비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새로운 정책도 내놓았다. 철강, 석유화학, 건재, 전력, 조선, 경공업, 전자 등 제조업 전 영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낙후 설비의 도태를 주로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낙후 설비 도태와 설비 선진화를 동시에 언급하며 금융 및 조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즉 설비 개선 명목으로 사실상 모든 기업이 설비 확장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당장의 경기를 부양하자는 정책인 동시에 세계 제조업의 30%를 점하는 중국 제조업의 설비 능력과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장기적 산업 정책이기도 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옐런 장관은 중국의 제조업 설비투자 확대가 글로벌 과잉 설비를 낳고 공정한 경쟁을 교란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 업종에서 급속하게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정치적으로라도 견제해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딱 일주일 만인 이번주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옐런과는 결이 매우 다른 메시지를 중국에 던졌다. 다수의 기업인을 대동하고 충칭과 상하이 등 독일 기업 투자 현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양국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선언도 한다고 했다. 보조금 등 갈등 이슈도 제기했지만, 중국과 제조업 파트너십을 강화해 대대적 설비투자에 나서는 중국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짧은 일주일 사이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확장을 두고 미국과 독일이 매우 대조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중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현저하게 높은 두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과 독일이다. 글로벌 제조업 순위는 독일이 4위, 한국이 6위다. 중국이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도 같다. 둘 다 미국과 중요한 안보·가치 동맹 관계다. 해외 주둔 미군의 수는 독일이 2위이고 한국이 3위다. 독일은 우리와 가장 비슷한 지정학적 입장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다. 복잡할 것 없다. 독일의 행보를 참고해야 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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