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없는 권력은 중독된다
윤석열 계엄은 그 극단
이재명 대선 승리 땐
행정·입법 모두 장악
개헌으로 권력을 묶어야

나는 권력자를 믿지 않는다. 대통령처럼 큰 권력을 가진 이는 더더욱 믿지 않는다.
나의 이런 생각은 두 명의 석학에게서 비롯됐다. 그 중 한 명은 이안 로버트슨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다. 그는 권력을 갖게 되면 거짓말을 잘하고 위선적이 된다고 했다. 5분만 보스 역할을 맡아도, 남의 돈이 자기 돈이라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해냈다. 남들이 편법을 써서 공영주택에 입주하는 건 절대 반대하면서도, 자신은 그래도 된다고 했다.
또 데이비드 데스테노 노스이스턴대학 교수는 권력자가 이렇게 되는 건 거짓말과 위선으로 당장의 이익을 얻는다고 해도 벌 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력을 이용해 벌을 피한다.
그래서 나는 권력은 반드시 견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대통령처럼 큰 권력을 쥔 자는 더더욱 그렇다. 유권자들이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허락한 것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견제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해서 그 역할을 맡긴 것은 아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제임스 매디슨은 “(권력자의) 야심은 (다른 권력자의) 야심으로 견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민주당도 권력을 쥔 자들이다. 한쪽 권력이 커지면, 다른 쪽 권력은 줄어들고 독주가 시작된다. 양쪽이 서로를 견제해 균형을 지켜야 한다. 그게 권력분립의 본질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 견제를 참아내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권력에 중독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권력을 행사해 남들이 내 뜻대로 움직이면 인간의 두뇌에는 ‘도파민’이라는 쾌락 호르몬이 나온다. 도파민에 흠뻑 적셔진 뇌는 계속 그 쾌락을 원한다. 로버트슨 교수는 마약(코카인)에 중독된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견제로 더는 도파민의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되자, 불안·초조·분노 같은 일종의 ‘금단 현상’에 빠진 게 아닐까. 그래서 민주당 견제를 무력화하는 계엄을 선포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계엄은 군사통치와 동의어다. 평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제 60일내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두다. 이 대목에서 나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위선과 배신이 권력의 본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를 견제할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국회는 민주당이 다수다. 그 의원들은 대부분 ‘친명계’다. 그들이 이 대표를 견제한다는 건 기대난망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떤가. 그들 중 다수는 신체·표현·언론의 자유을 억압하는 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비호했다. 상당수 국민의 눈에 그들은 권력을 견제할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강력한 대통령 권한에다 국회 권력까지 거머쥔, 실질적인 ‘제왕’이 탄생할 수도 있다. 견제받지 않는 제왕의 시대, 그것이 가장 두렵다.
이를 막으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 총리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책임 총리제’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이 대표나 다른 잠룡들 입장에서는 이런 개헌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권력을 꿈꾸며 대선에 나서는데, 스스로 그 권한을 줄이고 싶겠나.
그러나 진정 좋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옛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를 기억하면 좋겠다. 세이렌의 유혹이 도사린 바다를 지날 때, 그는 자기 몸을 돛대에 묶게 했다. 그의 마음은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갔지만, 몸은 돛대에 묶여 있기에 목숨을 구했다. 권력의 끝판왕인 대통령이 되려는 자 역시 개헌으로 자기 몸을 돛대에 묶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위선과 거짓, 배신으로 가득 찬 권력의 바다를 건너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