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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尹 대통령 탄핵 선고 지연…여야 ‘동상이몽’ [신율의 정치 읽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25-03-23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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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계란 투척 사건 관련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피켓을 든 관계자와 탄핵 각하 피켓을 든 국민의힘 지지자가 각자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계란 투척 사건 관련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피켓을 든 관계자와 탄핵 각하 피켓을 든 국민의힘 지지자가 각자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각 정당은 저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각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각하는 소송이 제기된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물론 각하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윤 대통령 측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소추 사유 변경 문제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는 윤 대통령 행위에 대해 형사 범죄인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내용이 소추 사유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후 국회 측은 형사 범죄 성립에 대해서는 주장하지 않겠다며 사유를 변경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탄핵소추를 각하하고 이후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헌재가 받아들이면 각하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금 와서 각하할 정도라면, 그동안 탄핵 심리를 계속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각하하려면 진즉에 했어야지, 이제 와서 각하를 결정하면 진보, 보수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들을 소지가 농후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각하를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무조건 끌어내리려 시도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다음 시나리오는 탄핵 기각이다. 현재 총 8명의 재판관 중 3명만 탄핵에 반대해도 기각된다. 윤 대통령 지지층과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은, 지금까지 헌재가 선고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최소 3명 이상 재판관이 기각을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4 대 4 혹은 5 대 3으로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들은, 민주당이 마은혁 후보자를 최상목 권한대행이 빨리 임명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은혁 후보자가 새로이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대통령 탄핵심판에 합류할 경우, 선고 시기가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민주당도 알고 있을 텐데 지금 당장 임명하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선고가 늦춰져도 탄핵을 인용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런 추측이 나오는 이유는 헌재가 선고 일자를 잡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헌재가 보여준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보여준 태도는 속전속결이었다. 재판 과정에 ‘초시계’까지 동원하는 보기 드문 상황까지 연출하며 모든 참고인과 증인의 발언 시간을 제한하면서 심리를 진행시켰다. 이 정도 속전속결을 추구하던 재판부가 ‘갑자기’ 선고 시기를 늦추니, 갖가지 억측이 나올 수밖에.

반면 민주당은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를 정반대로 해석한다. 평의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헌법재판관 사이에서는 이미 결론이 나왔으며 단지 결정문을 쓰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수만 페이지 조서 기록을 검토해 결정문에 반영하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런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3월 20일까지도 평의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평의가 종결된 이후 결정문을 작성하고 선고일을 정하는데, 평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봐서는 이런 민주당의 주장도 ‘주관적 희망’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은 4월 18일 이전에는 선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4월 18일 문형배, 이미선 두 재판관이 퇴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퇴직하는 두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공석 혹은 직무 정지인 상황에서는 이들 후임을 임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4월 18일 이전에는 선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선고가 빨리 나와야 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을 생각하면 선고가 늦어 좋을 것이 없다. 다만, 민주당의 이런 생각은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하다.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조기 대선은 없다. 이때 이재명 대표 재판 결과가 나오는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는 경우를 가정하면,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될 수 있다.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소추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이재명 대표는, 해당 조항의 의미는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재판이 중지됨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며 다수설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적지 않은 헌법학자가 불소추란 단지 기소가 되지 아니함을 의미할 뿐, 기존 재판마저 중지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대선판은 온통 헌법 84조 해석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는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대법원이 신속하게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3월 26일이 이재명 대표 2심 선고일이다. 항소하는 데 최소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아무리 빨리 선고해도 5월 말이나 돼야 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할 때 선고 시기가 늦을수록 좋다고 국민의힘은 생각할 수 있다. 조기 대선 시기가 늦어질수록,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선고 시기의 정치학’ 말고 지금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탄핵 선고 이후의 혼란이 어느 정도 심할 것인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4명의 귀한 목숨이 세상을 등졌다. 앞으로 벌어질 혼란 지수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정치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최소한의 행위는 진영 논리에 편승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당들이 장외 집회에 나가 강성 발언을 쏟아내면 안 된다. 이것이 최소한의 것인 반면 좀 더 적극적인 방안도 있다. 여야 대표가 함께 서명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이다. 물론 이 선언문의 핵심은 헌재 재판 결과에 승복할 것이며, 자기 진영 지지자들이 흥분하거나 격앙해서는 안 된다는 호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자제 메시지를 발표하고, 자신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서는 이들 면면을 보면 윤 대통령 복귀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도 있고, 일부는 민주당이 싫어서 탄핵 반대 시위에 합류하는 이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런 메시지를 발표할 경우, 최소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수는 있다. 윤 대통령이 이런 메시지를 발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폭풍이 한반도를 비켜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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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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