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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웨이모·아폴로?…한국에선 ‘꿈조차 못 꾼다’ [좋은 규제, 나쁜 규제]

이기영 좋은규제시민포럼 지방규제분과위원장
입력 : 
2025-03-22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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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낡고 비현실적인 요소가 산적한 규제

모빌리티 시장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자율주행차’다. 수요 증가에 맞춰 매년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는 2030년까지 로보택시 시장 규모만 9조달러, 연평균 2~3% GDP 상승 효과를 예상한다. 맥킨지는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를 연 4000억달러로 기대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웨이모(Waymo), 중국 우한에서는 아폴로(Apollo)가 레벨5(완전한 무인운행)의 자율주행 택시를 활발하게 운행 중이다.

자동차 강국인 한국의 실태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속도는 느린 편이다. 2023년 모빌리티혁신법이 제정되고, 모빌리티에 특화된 규제샌드박스(신기술 신사업에 대한 규제 유예 및 특례 허용)를 운영하고 있지만 말이다.

무엇이 한국 자율주행차 사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일까. 바로, 낡고 비현실적인 요소가 산적한 규제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법에 따르면, 시범운행지구 설치를 위해서는 시도지사의 신청을 받아 실무위원회와 시범운행지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한다. 위원회 심의는 구성과 서면 자료 준비, 합의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기업 입장에선 난감하다.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규제 대비까지 함께 진행해야 한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이 소요된다.

우여곡절 끝에 시범운행지구가 정해져도 문제다. 시범운행지구 내 자율주행 가능 거리가 턱없이 짧다. 지난해 6월 승인된 무인자율주행차의 시범운행지구 내 도로의 총 주행 거리는 약 3.2㎞의 짧은 거리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 전체의 서비스 누적 주행 거리는 미국 웨이모의 2.25%, 중국 바이두의 3.4%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3월 5일,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지정을 전격 확대한 것이다. 고속도로 전 구간인 5224㎞를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늘렸다. 이는 기존 4개 노선에 비해 16배 늘어난 수준이다. 자율주행을 이용한 화물운송이 가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자율주행 택시 등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범운행지구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서울, 강원, 제주 등 광역 지자체와 성남시는 자율주행차 산업 진흥을 위한 조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조례를 살펴보면 심의자문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위원회 역할을 무엇인지 등 불필요한 내용만 자세히 적혀 있다. 정작 기업들이 궁금해하는 사항, 예를 들면 어떤 서류를 제출해서 허가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외국은 다르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빠르게 고쳐 산업 발전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업당 2500대로 제한된 완전 자율주행차의 연간 배치 한도를 10만대로 대폭 확대하고, 운전자 동승 의무도 완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우한시는 단일 도시에서만 500여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며, 지난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촉진 조례를 통해 단계별 운행 허가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차량-도로-클라우드 일체화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차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신산업과 신기술 발전에서는 속도가 관건이다. 한국을 인터넷 강국으로 만든 것은 과감한 규제 해제와 적극적인 생태계 육성 정책이었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시험해봐야 뭐라도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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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좋은규제시민포럼 지방규제분과위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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