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는 애널리스트가 열심히 일한 노고의 흔적이다. 여의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출산의 고통’으로 비유한다. 그만큼 보고서 하나를 쓰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힘들게 작성된 보고서가 최근 투자자 사이에서 여러 구설에 오르고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투자의견에 대한 논란이다. 사실 애널리스트가 과감히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사정은 있다.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낼 경우, 기업과 불편한 기류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제시한 목표주가가 현 주가 대비 9%가량 낮은데도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사례도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나치게 장난스러운 형식의 보고서가 나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 한 보고서는 미국 주식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밈’을 메인으로 내세웠다. 물론 애널리스트가 투자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데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다만 해당 밈이 미국 증시가 폭락한 날 서학개미를 조롱하는 데 사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존속을 언급한 보고서도 도마에 올랐다.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은 증권가에서 흔히 다루는 내용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선고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각 진영 지지자들이 너무나도 예민한 상태라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시나리오 분석에 대한 비판이 가혹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도 신경 써야 하는 게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 역할이다.
완성도는 아주 작은 지점에서 결정된다. 투자자는 단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내외적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애널리스트 선에서 조절 가능한 미묘한 차이가 노고의 성과를 바꿔놓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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