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판 미쉐린' 포브스 가이드서
신라·포시즌스호텔만 별5개 유지
국내 토종호텔 줄줄이 강등 굴욕
국내외 다른 평가에 소비자 혼란
일각선 "국내심사 더 깐깐해져야"
신라·포시즌스호텔만 별5개 유지
국내 토종호텔 줄줄이 강등 굴욕
국내외 다른 평가에 소비자 혼란
일각선 "국내심사 더 깐깐해져야"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말이다. 이게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 있다. 호텔의 '별' 등급이다. 호텔의 '별'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5성을 꿈꾼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심사에서 5개가 떨어질지, 4개가 나올지는 오직 신(神)만이 안다. 그러니 신생 호텔에 몇 개나 예상하냐고 물으면 이런 자조 섞인 답이 돌아온다. '별~들에게 물어봐'라고.
호텔 업계가 별 개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대략 두 가지다. 그 하나가 '계급'이다. 호텔가의 별 개수는 계급을 상징한다. 이게 살벌하다. 인도 카스트 제도 뺨친다. 5개, 이건 로열패밀리다. 4개는 양반 정도로 보면 된다. 3개로 떨어지면 '비상'이다. 이 아래로는 평민급이다. 말하자면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아래 등급'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자존심. 호텔의 별은 그 호텔을 소유한 대기업 오너의 '대리' 자존심이나 다름없다. 호텔 업계의 별 전쟁이 오너 대리전에 비유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최근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국내 호텔 별 등급이 공개되면서 호텔가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왕족급인 5성 호텔들이 글로벌 평가에서 무더기 '평민급'으로 전락해 오너들의 자존심이 구겨진 탓이다. 포브스 가이드는 1958년 창간된 럭셔리 여행 평가 전문지다. 평가 방식도 엄격하다. 전문 조사원들이 매년 900여 개 항목을 검증한 뒤 '5성·4성·추천'으로 등급을 나눠 발표한다.
결과는 처참하다. 토종 5성 호텔 중 같은 5성을 유지한 곳은 신라호텔과 포시즌스 단 두 곳뿐이다. 오너들의 별 전쟁에서 신라 이부진 사장만 웃은 셈이다.
신라호텔은 이 부문 단연 원톱이다. 7년째 포브스 5성 등급을 받아내며 한국 토종 호텔의 자존심을 세웠다. 6년째 5성 행진인 세계적 브랜드 포시즌스에도 앞선다.
나머지 토종 호텔들은 그야말로 초토화다. 조선팰리스는 신세계그룹이 야심 차게 내놓은 6성급 호텔이지만 국제 평가는 '4성'. 심지어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그보다 2등급이나 낮은 '추천'이다.
현대그룹 계열인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도 기를 못 편다. 국내 무대에선 5성이지만 포브스에선 추천 등급이다. 추천은 4성보다도 한 등급 아래, 그야말로 최하 수준이다. '미쉐린 3스타'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까지 떠날 예정이어서 올해는 더 비상이다. GS그룹이 이끄는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브랜드 역시 파르나스와 코엑스 모두 최하위권이다.
외국계 등급도 참혹하다.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인 파크 하얏트와 콘래드 서울이 4성, 강남 JW메리어트 서울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최하위 바닥권이다.
등급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호텔들도 헷갈린다. 파라다이스그룹은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와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동시에 4성 평가를 받았는데도 홍보용 자료를 뿌렸다. 6년째 포브스 4성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국내 5성이 국제 무대에서 4성 평가를 받고도 영예롭게 여긴 꼴이다.
일각에서는 포브스 등급 자체를 문제 삼기도 한다. 해외 매체 한 곳의 평가일 뿐 국제 기준의 공식 등급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평가 질의가 와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곳도 있다.
하지만 논란은 뜨겁다. K호텔의 '단체 망신'이자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참에 국내 별 등급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자는 견해도 있다. 별 심사는 한국관광공사가 발을 빼면서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관련 중앙회가 등급 심사까지 맡으니 '이해충돌' 지적이 늘 따라붙는다.
도대체 어떤 등급을 믿어야 할까. 여행족도 골치가 아프다. 5성 호텔에 묵고도 괜히 찝찝할 수밖에. 다만 분명한 건 있다. 국내건 해외건 결국 별 개수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별~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