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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OFF 상태 롯데온·쓱~ 지나가는 SSG [편집장 레터]

김소연 기자
입력 : 
2025-03-09 21:00:00
수정 : 
2025-03-11 09: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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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다시 한번 일을 냈습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이 41조원을 돌파했다죠. 국내 모든 백화점 판매액(40조6595억원), 대형마트 총 판매액(37조1779억원)보다 쿠팡 매출이 더 많았습니다. 이제 쿠팡은 그야말로 ‘유통 1황(황제)’으로 올라섰다는 평가입니다.

쿠팡의 오늘을 만든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그중에서도 김범석 의장을 첫손에 꼽고 싶습니다. 커머스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꿰고 있다고 알려진 김 의장은 그래서 ‘디테일의 신’이라 불린다는 후문입니다. 그저 보고만 받거나 비즈니스가 신통찮으니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며 괜찮을 것 같은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데려와 계속 돌리는 식의 경쟁사들과 시작부터 끝까지 다르다는 의미죠.

두 번째는 개발자입니다. 이 부분 역시 김범석 의장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겠네요. 경쟁사 임원 A는 “쿠팡이 인도계 천재 개발자를 여러 명 데려와 엄청난 알고리즘을 완성시켰고 그때부터 ‘게임 끝’이라는 평이 오래전부터 유통가에 파다했다. 쿠팡의 알고리즘은 따라갈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그걸 예상하고 그들을 데려온 김범석 의장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하더군요.

이런 스토리는 쿠팡이 소셜커머스 시절이던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 의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 ‘캄씨’를 인수했죠. DB 시스템 구축, 유통 최적화, 빅데이터 분석, 전자상거래 CRM 서비스 등에 강점이 있던 캄씨를 쿠팡 미국 사무실로 전환하고 쿠팡 개발자들을 보내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킨 게 지금의 쿠팡을 만든 시금석이 됐습니다.

빛이 있는 곳에 당연히 그림자도 있겠죠. 쿠팡이 올라선 뒤꼍에서 기존 강자였던 이마트와 롯데는 망연자실한 모양새입니다. ‘OFF 상태 롯데온’ ‘쓱~ 지나가는 SSG’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지경입니다.(P.28~40).

더 처량한 업체가 있으니 3월 4일 기습적인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입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쿠팡 매출은 홈플러스의 13% 수준에 불과했죠. 그리고 10년. 쿠팡 매출이 41조원을 찍고 2년 연속 6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한 지난해 홈플러스는 매출이 8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떨어졌고, 2021년 이후 쌓인 적자 규모는 7500억원에 달합니다.

그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쿠팡이 블랙록·소프트뱅크 등 해외 투자자로부터 34억달러 이상 투자금을 유치해 물류망 투자에 쏟아부을 동안 MBK는 홈플러스 영업 실적이 좋은 알짜 점포를 매각했죠. 자산 매각 대금만 4조원에 이릅니다. 그 돈으로 투자를 했냐고요? 알려진 바 없습니다. MBK가 인수자금 빼내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소문만 무성합니다(P.16~17).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0호 (2025.03.06~2025.03.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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