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2036 올림픽 후보지로
인도 등 강적들과 경쟁 시작
잼버리 파행·엑스포 무산 등
잇따른 실패 반면교사 삼고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
역량 모아 국민에 희망 주길
인도 등 강적들과 경쟁 시작
잼버리 파행·엑스포 무산 등
잇따른 실패 반면교사 삼고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
역량 모아 국민에 희망 주길

전라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도전할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다. 당초 유력했던 서울시를 큰 표 차이로 누르며 놀라움을 안겼다. 대구와 광주 등 다른 도시와 협력해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분산 개최로 저비용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통과했으나 넘어야 할 산은 더 높고 험하다. 개최지 선정은 이르면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니 시간도 많지 않다. 인도 아마다바드·뉴델리, 카타르 도하,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등이 유치를 준비하고 있고,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칠레 산티아고 등도 경쟁자로 거론된다. 특히나 인도는 국력을 총동원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할 것으로 보여 가장 힘든 상대가 될 것 같다.
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해선 먼저 과거의 실패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2023년 세계 잼버리 대회 파행과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자는 얘기다. 특히 잼버리 대회 실패로 만들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는 게 중요하다. 경쟁 도시들은 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전북도를 괴롭혀댈 게 분명하다.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 아셈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한 경험과 역량이 풍부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는 '바덴바덴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였다. 대부분의 행사들은 성공적으로, 최소한 큰 잡음 없이 치러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자랑스러운 전통이 무너져내린 건 한순간이었다. 운영 미숙이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닌, 참사에 가까웠다. 잼버리는 주먹구구식 준비와 운영, 불분명한 책임 주체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불통이 합작해 빚어낸 실패작이다. 폭염에 대한 대비가 부실했고, 부족한 위생시설과 부실한 식사, 벌레 습격 등으로 각국 대표단이 잇따라 조기 퇴영하며 전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전략의 부재, 외교·정보전 실패와 판세 오판, 근거 없는 낙관론 등 총체적 부실의 결과다. 수십억 원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는 프레젠테이션 영상은 연예인들만 잔뜩 등장시켰을 뿐, 어떤 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졸작이었다. 119대29란 투표 결과는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와 로비만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똑같은 잘못의 반복을 막는 동시에 어떤 올림픽을 보여줄지,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지 명확한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지역 간의 연대, 저비용·친환경 올림픽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지역색·한국색을 어떻게 세련되게 구현해낼지 방안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K컬처 열풍에만 기대 구태의연하게 어필하는 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전 세계 평화와 동서화합의 장이 됐듯, 전북 코리아 올림픽이 세계에 던질 강력한 메시지도 필요하다. 타 지역과의 협업은 어떻게 잡음 없이 효율적으로 진행할지, 경기장 준비와 선수촌·숙박시설·교통 인프라 확충은 어떻게 할지, 대회 이후 활용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이 모든 건 일개 지자체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 국가 차원 행사로 인식하고 중앙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관심도 절실하다. 침체된 경제와 불안한 국제 정세 속 계엄 선포와 탄핵심판으로 이어지는 지난 몇 개월의 혼란까지 더해지며 국민의 마음은 지치고 분열은 치유될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이번 도전의 과정과 그 결과가 국민의 자신감 회복과 통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호승 콘텐츠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