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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7세 고시와 제이미 맘

이은아 기자
입력 : 
2025-02-24 17:43:57
수정 : 
2025-02-24 23:51:18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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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대학생조차 쉽게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와 함께, 유아 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이미 맘' 영상이 강남 대치동 여妈들의 과도한 교육 집착을 비판하며 6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가운데, 부모들의 초점이 오직 자녀 교육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경쟁이 심화될수록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아이들의 학업 의욕이 저하되고, 이는 부모들의 노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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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가 20개). 다음을 계산한 결과에 숫자 1은 몇 개 들어 있을까요.'

최근 화제가 된 유명 초등수학학원 선발 시험(레벨테스트) 문제 중 하나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생도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다.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3∼4세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늘면서 영어 사교육을 받는 나이대는 더 내려간다.

공개 약 2주 만에 6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제이미 맘' 영상은 유아 사교육에 집착하는 강남 대치동 엄마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영상 속 '제이미 맘'은 명품 패딩점퍼와 명품 가방을 두르고, 외제 차로 아이를 학원에 실어 나른다. 4세 아이가 과자를 더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숫자를 활용하는 '영재적 모먼트'를 발견했다며 수학학원에 보낸다. 배변 훈련도 되지 않은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수행평가에 대비한다며 과외 선생님으로 제기차기 명인을 수소문한다. 삶의 초점이 오직 자녀 교육에 맞춰져 있다.

웃자고 만든 영상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학벌 중심주의가 고착화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은 씁쓸함 때문이다. '4세 고시' '7세 고시'는 초등 의대반, 영재고 입시반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맨 앞줄에 앉은 사람이 일어서면 그 뒷자리 관객이 줄줄이 따라 일어설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사교육으로 자기주도학습 기회를 잃은 아이들은 학원에 치여 학창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주요 대학 정원은 전체 대학 정원의 10%도 되지 않는다. 명문대를 목표로 한 교육은 90% 이상의 아이들을 실패자로 만든다. 너무 일찍 지쳐버린 아이들은 대학 진학 후에는 학습 의욕을 잃는다. 사교육에 올인한 부모들의 노년은 빈곤해진다. 사교육 치킨게임의 현실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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