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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특파원칼럼] '제2의 딥시크'와 반도체특별법

송광섭 기자
입력 : 
2025-02-24 17:26:42
수정 : 
2025-02-24 19:04:02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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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빅테크의 조직은 젊고 역동적이며,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뚜렷하다.

입사 초기부터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며, 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고 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전자업계는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젊은 인재들이 떠나면서 주인의식을 강조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어 미래가 어두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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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빅테크 돌풍 주역인 2030
경쟁과 보상 즐기는 '워커홀릭'
정부는 핵심인재에 전폭 지원
여전히 52시간제 발목 잡힌 韓
반도체특별법도 국회서 표류중
딥시크같은 기업 나올수 있을까
사진설명
"20년 전 실리콘밸리, 10년 전 판교를 보는 것 같아요."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모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A씨는 사내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두 군데서 10년가량 근무한 뒤 선전으로 건너와 복수의 중국 빅테크에서 6년 이상 일하며 느낀 점을 이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 빅테크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실제 중국 빅테크에 가 보면 그 역동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조직이 젊다.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의 직원 평균 연령은 28세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는 32세다. 차세대 빅테크로 부상한 인공지능(AI)·로봇 기업은 더 젊다. 기업가치가 많게는 1500억달러(약 215조원)로 추산되는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은 올해 마흔 살이 됐다. 얼마 전 춘제(중국 설) 디너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군무를 선보여 주목받은 유니트리의 창업자 왕싱싱은 1990년생, 딥시크 AI 모델 개발에 참여해 'AI 천재 소녀'로 불리는 뤄푸리는 1995년생이다.

그냥 젊기만 한 게 아니다. '고스펙' 인재들이 회사의 성장이 곧 자신의 성장인 양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도 밥 먹듯이 하고 회의 시간에는 고참이든 말단이든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 동료 간 경쟁도 치열하다. 회사가 크고 성장이 빠를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하다. 오죽하면 과도한 경쟁을 뜻하는 '네이쥐안(內卷)'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열심히 하는 건 '확실한 보상' 때문이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도 성과만 내면 임금 인상, 인센티브·자사주 지급, 승진 등과 같은 보상이 얼마든지 주어진다. 30대에 억대 연봉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한몫하고 있다. 선전시는 석박사 학위 소지 여부, 글로벌 기업 근무 경력 정도, 특허 등 기술 개발 성과 유무 등을 따져 핵심 인재를 판단한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수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연구비, 이전 보조금, 거주비 등 지급 명목도 다양하다. 또 지방 정부가 개최하는 기술 경진 대회가 많다. 상금 규모가 큰 데다 입상하면 핵심 인재로 선발될 수도 있다. 정부가 돈을 푸니 유능한 인재들이 모이고, 양질의 인력을 확보한 기업이 성장하니 투자가 몰리는 선순환이다. 어찌 보면 제2, 제3의 딥시크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삼성·SK·LG 등 국내 전자업계의 평균 연령은 4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이미 40대에 접어들었다. 20대 직원들은 계속 회사를 떠난다. 수직적인 의사 결정 구조 등이 주된 원인이다.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들이 의대만 선호하는 한 이러한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주인의식은 말도 못 꺼낸다. 꺼내는 순간 '꼰대'가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야근과 주말 근무는 크게 줄었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외로 두자는 반도체특별법은 수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고조되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은 안중에도 없다. 과연 한국에서 딥시크 같은 세계적인 유니콘이 나올 수 있을까.

[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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