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율 꽤 높아 위안 삼을 만
강성 지지층 대신 중도층 확장 신경 써야

어느 나라나 그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선거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 사후적 해석으로 나타나는 특징도 있고,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해 선거 결과를 사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이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선거 6개월 전 정당 지지율’에서 우세한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지 아직 예단할 수 없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언제 결정할지 알 수 없고, 또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미 대선 모드에 돌입한 것 같다.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이미 세간 화제가 되고 있다. 추경안을 내놓으면서도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 대표 이미지 구축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노골적으로 대선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여당이 대선 준비를 노골적으로 할 경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때 윤 대통령 ‘팬덤’으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로부터 ‘버림’받으면 공고한 지지층 일부를 잃게 된다.
국민의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국민의힘이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정당 지지율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나름 ‘선전’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공개된 한국갤럽 자체 정례 여론조사(2024년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 상승해 39%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 하락해 3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권 교체 여론은 51%, 여당 후보 당선 여론은 40%였다. 전날인 2월 13일 공개된 전국 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 37%, 민주당 지지율 36%였다. 해당 조사에서 나타난 정권 교체 여론은 50%, 정권 재창출은 41%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에 위안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여론조사 모두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50% 정도 되지만, 차기 대선 주자로서 이재명 대표 지지율은 한국갤럽 34%, NBS 32%다.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지만, 이재명 대표 지지율은 정권 교체 여론에 훨씬 못 미친다는 얘기다. 이 대표 비토 세력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은 이런 측면을 위안 삼을 수 있다. 둘째, ‘선거 6개월 전 정당 지지도’가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역대 7번 대선 중 5차례나 ‘선거 6개월 전 정당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정도 확률이면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52.9%,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9.1%였다. 대선 결과는 이명박 후보 압승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34%,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23%로 오차범위 밖에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대선 결과 역시 박근혜 후보의 승리였다. 이처럼 정당 지지율 측면에서 상대 정당을 압도하면 대선 승리 가능성이 당연히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근소하게 앞서도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가 있다.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지지율이 23.7%로 신한국당(22.9%)을 근소하게 앞섰다. 결과는 김대중 후보 승리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02년 대선 6개월 전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36.4%, 새천년민주당이 20.2%였지만, 대선 결과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당선이었다. 2022년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3%였던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8%였는데,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이런 과거 사례를 종합해보면, 대선 6개월 전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해당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대선 직전에 발생하는 돌발 사태가 대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족 관련 의혹이 크게 터지거나 하면, 이는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각 정당 후보자 이미지와 역량도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국민의힘 후보가 아직 안갯속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 정권 교체 여론에 비해 상당히 열세기는 하지만, 국민의힘이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당연히 국민의힘이 과거 사례나 현재 상대 정당 유력 후보 지지율을 보며 ‘안도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중도층으로의 지지세 확산이다. ‘중위 투표자 이론(Median Voter Theory)’이라는 게 있다. 한마디로 중도적 유권자 선택을 받는 정당이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 이론은 미국과 같이 뚜렷한 양당 체제를 갖는 국가에서 잘 들어맞는다. 반대로 유럽처럼 다당제 국가에서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유권자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양당제 특성이 뚜렷하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중도층 영향력이 유럽 국가에서보다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우클릭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중도 실용’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중도적 이미지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이 50%를 훌쩍 넘고 있음에도 일부 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나, 계엄령 선포의 타당성은 부인하면서도 계엄령 선포는 민주당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이다. 또 강성 지지층 구미에 맞는 말만 하는 것도 중도층에 어필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탄핵 여부가 결정되면 그때 가서 중도 확장 전략을 구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큰 착각이다. 정당이나 정치인 이미지는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탄핵 여부가 결정된 후 길어야 두 달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이 기간 동안 그런 ‘변신’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선거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그런 합리성을 보여주고 있는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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