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컴백, 美 대각성 확산
진실인줄 알았던 패러다임들
곳곳서 붕괴, 한국에도 영향
깨달음의 끝은 과연 어딜까
진실인줄 알았던 패러다임들
곳곳서 붕괴, 한국에도 영향
깨달음의 끝은 과연 어딜까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아직도 속고 있다. 기득권이 구축한 패러다임은 '절대선(善)'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대하면 음모론자로 낙인찍힌다.
그런데 최근 미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세인 줄 알았던 바벨탑이 무너져 내린다. 도대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대(大)각성의 역사다.
과거 미국엔 두 차례에 걸친 대각성이 있었다. 1차 대각성은 영국 식민지 시절이던 1730~1740년에 일어났다. 당시 이민자들 상당수가 크리스천이었지만, 세속주의에 묻혀 교회는 형식에 치우쳤다. 영국의 왕과 특권층에 대한 순응이 상식으로 통했다.
1차 대각성은 이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에서 출발했다. 설교자 조지 화이트필드의 대중 연설이 도화선이 됐다. 부자와 빈자, 백인과 흑인 누구나 예수를 믿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신앙부흥이 급속히 퍼졌다. 특권층에 대한 복종보다 독립적인 개인에 눈을 떴다. 그 결과 미국은 명실공히 기독교의 나라로 거듭났다. 프린스턴 등 명문 대학들이 기독교 전통 위에 세워졌다.
2차 대각성(1790~1840년) 땐 사회 문제에 관심이 컸다. 성경에 입각해 '노예해방·여성인권' 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2차 대각성의 대표적 결실은 공화당의 탄생이다. 노예제 폐지를 앞세운 공화당은 1861년 첫 대통령(에이브러햄 링컨)을 배출한다.
하지만 미국 기독교는 1960년대 쇠락의 길을 걷는다. 교인이 줄고 신앙심이 무뎌졌다. 반면 동성애 등 반기독교적 PC(정치적 올바름)주의가 고개를 들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탈리아 공산당 창설자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에 영감받아 교육·문화·언론에 서서히 침투하는 '조용한 혁명 전략'을 구사했다.
PC주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미국의 주류 자리를 꿰찼다. 상당수 학교가 기도를 금지했다. 2015년엔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개별 국가 주권을 약화시키고 전 세계를 하나로 묶기 위한 통제 기제가 작동했다. 기후변화, 국경 소멸, 백신 이슈가 대표적이다.
바로 이때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왔다. 벼랑 끝에 몰린 교회가 그를 지지했다. 반PC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학부모들은 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대중문화에 맞서 아이들 구하기에 나섰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백신 접종을 강조했던 WHO(세계보건기구) 탈퇴가 일거에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식 때 "하나님을 절대 잊지 않는다. 오늘부터 미국엔 오직 여성과 남성, 두 개의 성만 존재한다는 것을 공식 정책으로 삼는다"고 선언했다.
미국 교계는 트럼프 귀환을 계기로 3차 대각성이 시작됐다고 본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반목은 대각성과 무관치 않다. 현재 유럽은 PC주의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미국의 기류가 한국에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영향력에 반기를 든 2030, 대규모 차별금지법 반대 물결이 대표적이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각성은 대충돌 가능성을 내포한다. 대각성은 깨우침과 동시에 부조리를 바로잡으려는 '행동'을 수반한다. 이를 막으려는 기득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1차 대각성은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2차 대각성은 남북전쟁을 낳았다. 미국의 3차 대각성, 우리나라의 깨우침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
[남기현 컨슈머마켓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