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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적자 하루 885억원…“그런데도 더 내고 더 받는 ‘이기적 개혁’을 하자고?” [이은아 칼럼]

이은아 기자
입력 : 
2025-02-20 11:28:28
수정 : 
2025-02-20 11: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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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여야정이 20일 국정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지만 모수개혁의 내용과 방식에 대해 이견이 존재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높이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실제로 가입 기간이 짧은 수급자들이 많아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야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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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안정 위해 개혁하는데
소득대체율 함께 높이면
보험료 인상 효과 미미해져
퇴직연금 가입 확대 등
실질 소득보장 해법 찾아야
연금 연구자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개혁이 될 수 없다”며  소득비례연금 전환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연금 연구자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개혁이 될 수 없다”며 소득비례연금 전환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표류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댄다. 20일 열리는 국정협의회를 주목하는 이유다.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모수개혁을 먼저 한 후 구조개혁을 하자는데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모수개혁의 내용이나 방식을 놓고는 여야 입장차가 크다.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할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인지도 갈등 요인이지만 소득대체율 상향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각계각층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자동안정화장치, 기초연금, 퇴직연금까지 얽힌 구조개혁을 거론하자면 더욱 복잡해진다.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서 연금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연금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돈(보험료)보다 받는 돈(연금 수령액)이 많은 구조로 설계됐다. 소득의 19.7%를 보험료로 내야 수지균형이 맞는데, 현재 보험료율은 9%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하루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받을 사람은 늘고, 낼 사람은 줄어드는 저출생·고령화도 심각하다. 이대로라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 고갈된다. 1990년생이 연금을 받아야 하는 시점에 기금이 고갈되면 이후 세대는 소득의 35%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더 내고 덜 받거나, 더 내고 받는 돈은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받을 돈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함께 높이자는 주장이다. 더 내고 더 받으면서도 개혁이 된다면 좋겠지만, 받는 돈을 늘리면 보험료율을 올리는 효과가 미미해진다. 소득대체율을 2%포인트 높이면, 628조원, 3%포인트 높이면 950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이다. 그렇다고 당장 노후소득 보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은 것은 가입 기간이 짧은 탓이 크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삼는데, 전체 연금 수급자 가운데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사람은 19%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국민연금 가입자가 아닌 현실을 감안하면, 노인빈곤 역시 소득대체율 인상으론 해결할 수 없다.

노후소득 보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 재정에 부담을 안기는 소득대체율 상향 대신 구조개혁을 통해 실질적인 소득보장을 강화할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납입 연령을 5년 연장하면 소득대체율이 5%포인트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 의무납입 기간 연장은 고용연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 유연성 확보 없이 정년 연장이 이루어진다면 청년층 신규 일자리 감소에 따른 세대 갈등과 기업 부담 급증 등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퇴직 후 재고용 등 유연한 고용연장 형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의 노후보장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률은 사업장 기준 26.8%, 근로자 기준 53.2% 불과하다.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는 비율도 10.4%에 그친다. 퇴직연금 가입자와 연금 수령자가 늘어야 국민연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어렵더라도 노동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진정한 연금개혁이 가능한 셈이다.

여야는 정치적 셈법을 내려놓고, 국민연금 재정안정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근본해법과 우선순위를 도출해야 한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짐을 떠넘겨놓고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을 해냈다고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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