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기자들로 가득 찬 방에서 그들의 전략을 설명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것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아니라, 바로 일론 머스크의 첫 번째 임기라는 걸 상기시켜준다.”
지난 2월 11일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약 30분 동안 기자들을 모아놓고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DOGE 관련 각종 월권·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머스크는 “연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며 자신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설파했죠. 이 쇼(?)가 끝난 직후 클린턴 행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바로 이런 내용을 X에 날렸습니다.
그 30분 동안 테슬라 등 머스크가 소유한 다양한 기업과 연방정부에서의 역할 간 이해 충돌이 있지 않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머스크는 바로 “DOGE의 모든 행동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라고 반박했죠. (머스크 아들이 기대어서 코를 판 사진으로 유명해진)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에 앉아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이해관계에 충돌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그 일을 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머스크를 옹호했습니다.
시곗바늘을 2021년 6월 5일로 돌려볼까요. 라이시는 그날 트위터(X)에 이런 글을 올립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는 재밌지 않다. 그의 트윗은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건 억만장자가 책임감 없이 어떻게 시세를 조종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일 뿐.”
무슨 얘기냐고요?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이용해 특정 암호화폐를 펌핑시켜왔습니다. 2021년 9월 13일 머스크는 트위터에 시바견 한 마리가 바닥에서 자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플로키가 도착했다”고 적습니다. 이 트윗 이후 이름에 ‘플로키’가 들어간 코인 가격이 줄줄이 급등했죠. ‘시바 플로키’ 가격은 한때 5574% 넘게 폭등했습니다. 그 외에 ‘슈퍼플로키’ ‘플로키이누’ 등 모두 가격이 치솟았죠. 도지코인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도지코인 역시 머스크의 트윗 덕분에 단번에 시가총액 4위 코인으로 등극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법원 명령을 2차례 위반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머스크 트윗이 하도 문제를 일으켜 법원이 머스크에게 트위터를 작성하기 전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명령했는데 머스크가 듣지 않은 걸 지적한 겁니다.
# “머스크가 인류 역사상 무제한적인 권력의 유혹에 빠진 첫 번째 인물은 아니지만, 이처럼 많은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킨 사례는 없었다.”
다시 한번 마디마디 주옥같은 라이시의 멘트를 빌려왔습니다. 올 초 라이시는 이렇게 지적했죠. 하긴~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최신호 표지에 머스크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을 괜히 실었겠습니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머스크 심층 탐구 기사를요(p.54~57).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7호 (2025.02.19~2025.0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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